'연 200억불' 외화자산 수익으로 가능?…관건은 수익률 '5.3%'
한은 유가증권 기준 5.3%·KIC 투자자산 기준 8.8% 수익률 필요
韓 기자재·업체 활용 시 달러 일부 환류도 가능…부족시 해외 기채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미 정상이 지난 29일 총 3500억 달러(약 49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에 합의하면서, 연간 200억 달러(약 28조 원)로 설정된 현금 투자의 재원 조달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외화자산 운용수익을 활용해 국내 외환시장에 미칠 직접적인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외화자산 규모를 고려할 때 올해처럼 자산시장이 호황일 경우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시장 변동성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을 전망이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29일)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대미 투자 펀드 합의안에 대해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달러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충격 없이 조달가능한 외화 규모를 150억~200억 달러로 추산한 바 있다.
정부 재원 조달 계획의 핵심은 '외화자산 운용수익' 활용이다. 김 실장은 "기본적으로 우리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을 활용할 생각"이라며 "우리 시장에서 바로 조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투자공사(KIC)나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등이 외환보유액을 운용해 얻는 이자·배당 수익을 우선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운용 수익만으로 재원이 부족할 경우, '정부보증채' 발행을 통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김 실장은 "정부보증채도 국내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생각은 없다"며 "국제시장에서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하는 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수요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 구상대로 운용수익만으로 재원을 충당하려면 KIC와 한은이 매년 200억 달러 안팎의 수익을 거둬야 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4220억 2000만 달러) 중 실제 투자자산에 가까운 유가증권은 3784억 2000만 달러다. 산술적으로 이 자산에서 연간 200억 달러의 수익을 내려면 약 5.3%의 연간 투자 수익률이 필요하다.
한은과 기재부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KIC의 운용자산(AUM) 2276억 달러를 기준으로는 약 8.8%의 수익률이 필요하다. KIC의 운용자산에는 한은이 보유한 외환도 일부 포함돼있다.
KIC가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KIC는 올해 9월 말까지 11.73%의 높은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수익률 기준으로 200억 달러는 조달이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올해는 '에브리씽 랠리'라 불릴 만큼 자산시장의 성과가 좋은 상황이다. 투자 수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매년 안정적인 목표 수익률 달성은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연간 200억 달러가 전액 순유출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 내 투자 프로젝트에 한국산 기자재나 부품이 사용되거나 한국 기업이 참여할 경우, 투자된 달러 일부가 다시 국내로 환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실질적인 외화 부담은 수치보다 줄어들 수 있다.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더라도 해당 투자가 한국 기업이나 제품과 연계된다면 외화가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순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자금 유출 규모만으로 부담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러한 변수들을 고려해 투자금 유출 충격을 완화할 다층적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투자금은 사업 초기에 일괄 송금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진척도에 따라 분할 납입하는 '기성고'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여러 투자 프로젝트의 손익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엄브렐라(Umbrella·우산) SPC' 구조를 설계해 개별 사업의 손실 위험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간 200억 달러 투자 상한은 외환보유고의 원금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운용수익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도"라며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협상을 통해 최악은 면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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