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구윤철, AI·확장재정 드라이브…관세·조직개편 시험대
경제성장전략서 'AI 3대 강국' 발표…확장 재정으로 성장률 방어
관세 협상·기재부 분리 완수 목표도…"불확실성 없애야"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구 부총리는 취임 후 한미 관세·환율 협상, 경제성장전략 발표, 예산안 마련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구 부총리 앞에는 굵직한 과제들이 쌓여있는 상황이다. 관계부처와의 협업으로 미국과의 세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고, 기재부 분리 작업 등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특히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이관받지 못하면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 약화 우려 등을 돌파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7월 19일 임기를 시작한 구 부총리는 이날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구 부총리는 7월 21일 취임식에서 기재부 직원들에게 "기재부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핵심 사원이 돼야 한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구 부총리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을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 등을 활용해 업무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대면 보고나 대면 회의 등 불필요한 형식은 최소화하고, 직급과 관계없이 누구나 부총리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구 부총리의 AI 강조는 새정부 경제성장전략까지 이어졌다. 그는 8월 22일 발표한 경제성장전략에서 이재명 정부 임기 내 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 목표를 제시했다.
구 부총리는 "AI 대전환은 인구충격에 따른 성장 하락을 반전할 유일한 돌파구"라며 "AI 3위라는 목표를 세웠는데, 나머지 국가 중에서 1등이라는 개념보다는 미국·중국 그룹 속에서 우리가 적어도 3위라는 목표를 잡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 부총리는 경제성장전략에서 현재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증시로 유도하는 '코리아 프리미엄'도 제시했다.
이같은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부총리가 상법 개정 등 주주 친화적 제도 도입을 공언하면서, 취임 전 3200 수준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24일 종가 기준 3941.59로 상승하며 4000을 눈앞에 뒀다.
구 부총리 취임 직전 이재명 정부는 31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경기 부양과 민생 안정에 투입했다.
이후 침체했던 경기는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정부가 약 12조 원을 들여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한 뒤 2개월간(7·8월) 소매판매는 전기 대비 1.9% 증가해 올해 2분기(-0.9%)에 비해 개선됐다.
이어 구 부총리는 취임 후인 지난 8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약 673조 원) 대비 8.1%(약 55조 원) 늘린 728조 원으로 편성했다. 확장 재정정책으로의 본격 전환인 셈이다.
구 부총리의 'AI 대전환'에 맞춰 정부는 AI 초혁신경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올해 52조 원에서 내년 71조 원으로 확대했다. 30대 프로젝트를 육성하기 위한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도 추진 중이다. AI 고급인재 양성과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 등에 대한 재정 투자도 대폭 늘어난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역대 최대폭인 19.3% 확대했다.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0.9%로 보고 있다. 다만 내년에는 경기 상황이 호전돼 1.6~1.8%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조치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이 최대 리스크다.
실제 구 부총리는 취임 직후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 관세 협상에 돌입, 7월 31일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끌어냈다.
하지만 후속 협상은 장기전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미국은 세부 협의에서 우리 정부에 8년에 걸쳐 매년 250억 달러씩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10년간 매년 15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겠다며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섣불리 거액의 자금을 줄 수는 없지만, 협상 지연으로 미국의 25% 관세가 유지되는 것도 타격이다. 대외경제연구원의 '한·미 관세 협의의 경제적 타당성 연구'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25% 관세를 적용하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0.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실질 GDP(2292조 원)에 단순 적용하면 연간 7조~9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요구하는 직접투자액 규모를 낮추면서도, 최대한 빨리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로 남았다. 이 과정에서 경기 회복으로 성장률을 방어하고, 우리 외환시장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도 구 부총리의 몫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타결 짓는 것이 경제 불확실성을 없애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부가 AI 등 신산업에 대해서 계획을 세워 놓고는 있는데, 구체적인 실행 계획 등을 더 속도감 있게 마련해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 내년으로 예정된 기재부 분리를 완수하는 것도 구 부총리의 과제다.
기재부는 내년 1월 2일부로 예산 기능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 세제 및 조정기능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로 나눠진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의 금융 정책 기능이 재경부로 옮겨질 예정이었으나, 해당 방안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의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재부 직원들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최근 기재부 내부 게시판에는 구 부총리를 비판하는 글이 수십 개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예산과 금융 정책 권한이 없는 반면, 정책 조정 기능을 강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한 기재부 직원은 "예산권이 없고 금융 정책 기능도 못 가져온 상황에서 정책 조정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들이 크다"며 "구 부총리가 이같은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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