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재정에도 1% 성장 어려워…주요 기관, 韓 올해 0.88% 성장 전망
IMF·KDI·ADB·한은 모두 1% 밑돌아…OECD만 1.0% 유지
내수둔화·건설부진·수출감소…韓 경제 '트리플 부진'
- 이강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정부가 1·2차 소비쿠폰 지급 등 확장재정 정책을 통해 성장률 반등을 노렸지만, 올해 성장률이 1%를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평균 0.88%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소폭 상향 조정하는데 그쳤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0.8%), 아시아개발은행(ADB·0.8%), 한국은행(0.9%) 등도 모두 1%를 밑도는 전망을 내놨다.
이로써 정부가 올해 초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1.8% 성장률 달성은 물론, 1%대 성장 유지조차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일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만이 한국 성장률을 1.0%로 제시했지만, 주요 5개 기관의 전망치를 평균하면 0.88%에 그친다.
OECD가 제시한 성장률은 하반기 소비·투자 회복, 반도체 수요 개선, 완화적 정책 효과 등을 반영한 결과로, 지난 6월 전망과 같다. OECD는 6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1.5%에서 1.0%로 낮춘 바 있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1.8%)·호주(1.8%)·영국(1.4%)·유로존(1.2%)·캐나다(1.1%)·일본(1.1%) 등 주요국 모두가 한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률도 3.2%로, 지난 6월 전망(2.9%)보다 0.3%포인트(p) 상향됐다.
정부는 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내수 회복을 시도했지만, 8월 들어 소비 반등세가 꺾였다.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소비 부진은 곧 성장률 하락 압박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건설경기 부진과 수출 둔화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트리플 부진'에 직면했다.
국가데이터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내수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6월 101.7(2020=100)로 전월보다 0.5% 오르며 4개월 만에 반등했다. 7월에는 104.5로 전월 대비 2.5% 늘며 2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으나, 8월에는 2.4% 줄며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핵심 원인으로는 건설 경기 부진이 지목됐다. 8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6.8%)과 토목(-4.0%)이 모두 줄어 전월 대비 6.1% 감소하며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건설 경기 침체의 배경에는 고금리 기조와 각종 규제로 인한 민간 주택 분양 물량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은 전년 대비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건설경기가 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이 1.2%p"라며 "건설경기가 보합만 됐어도 성장률이 2.1%는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8월 수출도 564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10억1000만 달러) 감소하며 3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상반기까지 성장의 버팀목이던 선제 출하 효과가 소멸하면서 성장률 방어선이 약화했고, 대미 수출 감소 등 관세 충격이 현실화되며 4분기 수출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ADB(1.6%), IMF(1.8%), OECD(2.2%) 등 국제기구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올해보다 높게 전망하고 있지만, 이는 올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0.9%로 급락했으나, 2021년 4.0%로 크게 반등하며 뚜렷한 기저효과를 보인 바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재정 여력이 소진된 상황에서 관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며 "내년 성장률 전망이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올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기저효과에 기반한 반등 전망이 많지만, 내년 역시 건설·수출 기여도가 과거보다 낮아 구조적 저성장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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