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돌파구 찾는 정부…CPTPP 가입 속도, 日총리 방한에 촉각

통상본부장, 호주·뉴질랜드 경제장관 등과 CPTPP 가입 논의
가입 승인 열쇠 쥔 이시바 일본 총리 30일 방한 예정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속화된 세계 '보호무역주의' 기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자 간 무역협정인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CPTPP 가입 재추진 의사를 밝힌 정부의 행보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관건은 시장 개방 시 타격이 예상되는 농어민들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지, 외부 요인으로는 가입 승인에 열쇠를 쥔 일본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있다.

오는 30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퇴임 전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아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韓, 4년만에 CPTTP 가입 재추진…李 "태평양 연안국 경제협력기구" 강조

29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 참석차 지난 24~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다녀온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지에서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경제장관들과 양자회담을 갖고 CPTPP 가입 신청과 관련한 현안을 논의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국내 농어업계의 반발 여론이 여전한 만큼 가입 의사 공식화 전까지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설득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 거론된다.

또한 가입 신청 절차 착수에 앞서, 회원국 승인 결정의 열쇠를 쥔 일본과 사전 교감을 통해 가입 무산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신중론이 정부 내에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사전 정지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 관세 협상 후속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유사 입장국 간 경제동맹 네트워크 확보 차원에서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때 언급된 유사 입장국은 대미 무역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으로 해석된다. 같은 처지인 일본과의 첨단산업 및 공급망 협력을 위해서도 CPTPP 가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인터뷰에서 "태평양 연안국의 경제협력기구를 확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며 CPTPP 가입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4년 전에도 한차례 '추진 검토' 입장을 냈지만, 흐지부지된 바 있다"며 "지금은 통상환경 변화 속에서 다자 간 무역협정 체결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는 데 정부 내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CPTPP는 태평양 연안의 일본,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등 12개 회원국이 상호 시장 개방을 목적으로 체결한 무역협정이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관세 철폐율을 높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회원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는 이점이 있다. 다만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농축산물 강국과 일본 등의 수산국이 회원국으로 포진해 있어, 농수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 이달 30일 퇴임 예정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부산을 찾아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회담에서 CPTPP 관련 논의가 오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CPTPP는 회원국 만장일치로 가입국을 승인하는 구조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CPTPP 가입 검토 방침을 공식화했지만, 가입 신청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내 농어업계의 반대였으며, 외부적으로는 일본의 반대 입장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셔틀 외교' 재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며, 이 같은 외부 변수는 개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美 관세에 위협받는 자유무역…"CPTPP 가입 서둘러야"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빠르게 타결·발효하고, CPTPP 가입 절차를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격받는 자유무역, 주요국 FTA 논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요국은 △신규 FTA 체결 및 중단된 협상 재개 △기존 FTA 개선 △복수국 간 무역협정 가입 등 미국 외 국가와의 통상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고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2004년 칠레와의 첫 FTA 체결 이후 다양한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FTA를 체결해왔다. 이 때문에 신규 FTA 체결보다는 이미 체결한 FTA의 개선 및 보완을 통한 대응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지난 5년간 FTA 체결국에 대한 수출은 연평균 5.1% 증가해, 세계 전체 수출 증가율(4.7%)과 FTA 미체결국 수출 증가율(3.7%)을 상회했다. 이는 FTA가 한국 수출을 안정적으로 견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한국이 이미 협상을 마친 걸프협력회의(GCC), 아랍에미리트(UAE), 과테말라, 에콰도르 등 4국과의 FTA를 조속히 발효하고, 이미 체결된 FTA에 비해 자유화 수준이 높은 CPTPP 가입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최근 EU도 CPTPP 가입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본 등 경쟁국 대비 불리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CPTPP 추진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