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韓 금융·외환시장, 선진국보다 5배 충격에 민감…정책조합 필요"
글로벌 리스크 충격시 UIP프리미엄 반응 2.11%p…선진국은 0.41%p
외환개입·거시건전성 정책조합, 후생손실 18.3% 감소 효과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우리나라 금융·외환시장이 외부 충격에 선진국보다 5배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시장의 깊이가 얕아 취약성을 보인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실물 경제 충격이 증폭될 수 있는 만큼,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외환시장 개입과 거시건전성 정책 등을 함께 활용하는 '정책조합'(policy mix)이 더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외환시장 심도를 고려한 정책대응 분석' 보고서(BOK 이슈노트)에는 김지현·김민 한은 국제국 과장의 이같은 분석이 담겼다. 이들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17개국의 패널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외환시장의 심도에 따라 외부 충격의 파급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대외 충격 발생 시 '유위험 금리평형(UIP) 프리미엄'이 확대되는 정도로 각국의 금융·외환시장 심도를 측정했다.
UIP 프리미엄은 국내 경제주체가 해외에서 자금을 빌릴 때 글로벌 투자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다. 이 프리미엄이 외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시장 깊이가 얕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금융·외환시장의 심도가 깊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리스크 충격에 대한 우리나라의 UIP 프리미엄 반응계수는 2.11%포인트(p)로, 신흥국 평균(1.68%p)보다 높았으며 선진국 평균(0.41%p)을 크게 웃돌았다.
이러한 시장 심도의 차이는 외부 충격에 대한 반응을 갈랐다. 시장 심도가 얕은 국가 그룹에서는 글로벌 리스크 충격이 발생했을 때 자국 통화가치가 절하되고 단기 금리스프레드(국채금리-정책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일본, 스위스 등 시장 심도가 깊은 국가 그룹에서는 환율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단기금리 스프레드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자들은 "시장의 심도가 얕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글로벌 리스크 충격의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금융·외환시장 마찰 요인으로 인해 증폭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통합정책체계(IPF) 모형을 우리나라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통화정책과 함께 외환시장개입, 거시건전성정책을 함께 활용하는 정책조합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리스크 충격이 발생하면 자본유출과 국내 금융시장 불안으로 환율과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국내총생산(GDP)을 감소시킨다.
이때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경우보다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고,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금리 스프레드 확대를 제한하는 정책조합을 사용했을 때 GDP와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책조합은 후생손실을 18.3%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한은은 대외 충격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외환시장의 심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과 2026년으로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은 시장 심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외환시장 구조개선 이후 올해 6월까지 일평균 현물환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하는 등 외환시장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통화 정책뿐만 아니라 금융·외환 부문 마찰 요인으로 촉발되는 충격에 대해서는 외환시장 개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공조를 통해서 정책 조합을 한다면 당국의 정책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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