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0원' 동해가스전 개발, 외국기업 입찰로 불씨 되살아나
당정 "경제성 의문"에 예산 전액 삭감…석유公, 자체조달로 입찰 강행
사업 성공시 이익배분, 석유공사·외국기업 간 지분 비율 따라 결정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7개 석유·가스 유망 지질 구조) 개발 사업에 복수의 해외 기업이 투자 의향을 보이면서 사업이 다시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다만 사업 주체인 한국석유공사와 해외 기업의 지분 참여 수준에 따라 사업 성공 시 이익 배분 규모가 정해지는 만큼, 사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부 예산 투입 필요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는 동해 해상광구 투자유치(지분참여) 입찰을 19일 마감한 결과, 복수의 외국계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에 들어간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입찰은 동해 심해 가스전 6-1광구와 8광구에 설정된 4개의 조광구를 대상으로, 자원 탐사·개발 업체를 모집하기 위해 지난 3월 시작됐다. 각 조광구에는 석유·가스 매장 유망 지질 구조 7개가 흩어져있다. 정부는 이 7개 유망 구조 중 8광구와 6-1광구 사이에 위치한 '대왕고래' 구조의 이름을 따서 이번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을 '대왕고래 프로젝트'라 불러왔다.
당초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예산은 정부와 석유공사가 절반씩 분담하기로 했으나, 국회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 출자금이 전액 삭감됐다. 이는 여당과 현 정부가 사업의 경제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결과로 해석됐다.
이후 한때 국정과제로 추진되던 동해 심해가스전 사업은 현재 한국석유공사의 단독 사업 형태로 전환돼 진행되고 있다.
석유공사는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해 개발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과의 협력을 추진해왔으며, 최대 49%까지 외국 자본의 지분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이번 입찰을 진행해 왔다.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외국 기업과 자원 채굴 권한 및 이익을 나누는 대신, 자원 탐사에 들어가는 자금과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입찰에 1개의 기업만 참여했을 경우 관련법에 따라 입찰이 무산되고 재입찰이 검토될 예정이었으나, 복수의 기업이 참여하면서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등 자원 탐사를 위한 후속 절차가 추진된다.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위한 입찰 평가 및 입찰 제안서 검토 작업은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인 S&P 글로벌이 맡는다.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작업에는 약 3~4주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세부 계약조건 협상을 거쳐 조광권 계약 체결로 이어질 예정이다.
만약 동해 가스전에서 채산성 있는 석유·가스가 존재할 경우, 이익 배분 비율은 한국석유공사와 해외 기업 간의 투자 지분율에 따라 결정된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석유·가스로 발생한 매출의 33%를 조광료로 받게 된다.
조광료율이 33%에 이르는데도 해외 기업이 입찰에 참여한 것은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이 여전히 상업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이익 배분 협상에서 석유공사는 일단 회사채 발행 등 자체적으로 조달한 재원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예산은 0원으로 편성돼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석유공사의 악화된 재무 상태가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석유공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2024년 결산 기준 자산은 20조 4915억 원, 부채는 21조 8131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향후 국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증액될 경우, 석유공사의 재무 부담은 완화되고 협상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또한 해외 기업들이 사업성 판단 시 '한국 정부의 사업 추진 의지'도 주요 고려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정부의 예산 지원 여부에 따라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도 향후 동해 가스전의 다른 조광구 개발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석유 공사는 1차 시추가 이뤄진 '대왕고래' 유망 구조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경제성 없음' 결론을 내리며, 추가 자원 탐사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올해 2월 대왕고래 유망 구조에서 1차 시추를 진행한 뒤, 채취한 시료를 전문 분석기관(Core Laboratories사)에 의뢰해 약 6개월간 정밀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대왕고래는 사암층(약 70m)과 덮개암(약 270m), 공극률(약 31%) 등 지하 구조 자체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회수할 수 있는 가스 농도가 6.3%에 불과해 채산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업계는 대왕고래를 제외한 오징어·명태 등의 해양생물 이름이 붙은 나머지 6개 유망구조가 향후 탐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왕고래의 '경제성 없음' 판정은 이미 상반기부터 예고된 바 있다. 그럼에도 외국계 기업들이 이번 입찰에 복수 참여한 것은 남은 지질 구조에서 상업적 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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