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따라 힘 받는 '금리 인하'…10월 금통위 변수는 '오르는 집값'

금리차 1.75%p로 축소…환율상승·자본유출 부담 완화
경기만 보면 10월 가능…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에 고심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하면서 한국은행의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미 금리차가 완화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 부담이 줄고, 환율 안정 기대감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확대가 추가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연 4.00∼4.25%로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의 금리 인하다.

한미 정책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0%p에서 1.75%p로 축소됐다. 국내 금융시장을 압박했던 금리차 요인이 완화되면서 한은의 인하 여지가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인하를 예상된 조치로 평가하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시장이 예측한 수준의 인하"라고 말했다.

한은도 연준의 금리 인하가 국내 통화정책 운신 폭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금융시장 점검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서 국내 경기·물가·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하했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췄으며, 올해 남은 회의인 10월 30일과 12월 17일에도 각각 추가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지금 수준으로 묶을 수 있다면 한은은 10월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국내 경기 여건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도 관세 부담과 통상 협상 불확실성 등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기재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0.9%로 낮췄으며, 한은과 국제통화기금(IMF)도 0%대 성장률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소비쿠폰 등 확장 재정정책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어, 통화·재정정책 간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한은의 고민은 여전히 부동산이다. 지난 6·27 대책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듯했지만, 서울 강남권과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3월 말 토지거래허가제가 확대된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 대비 19% 늘었으며, 7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3.45% 뛰었다. 송파구(7.65%), 서초구(6.55%), 강남구(6.43%) 등은 오름폭이 더 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에 최근 강연에서 "금리 인하를 한두 달 늦춰도 경기 회복에 큰 차이가 없지만, 인하 신호로 서울 집값이 오르면 더 큰 고생을 하게 된다"면서 부동산 관련 리스크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것도 "유동성 공급으로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르지 않겠다는 철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경우에 따라선 11월로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 연구원은 "예상과 달리 수도권 주택가격 안정화에 실패해 추석 이후로도 상승 폭을 키워간다면 금리 인하 시점이 11월이나 그 뒤로 미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10월 금통위 결정은 부동산과 경기 사이 균형에 달려 있다. 한은은 성장률 둔화와 대외 리스크를 고려해 인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집값과 가계부채를 이유로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최 연구원은 "현재로선 10월 한 차례 인하 후 내년 추가 인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