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예비비 4.2조 편성…'쌈짓돈' 일반예비비 1.4조 줄여
목적예비비는 8000억 늘려 3.4조…"재난 대응 강화"
정부 "과거 지출 규모 고려"…전문가 "적정한 수준으로 편성"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가 비상금인 예비비를 4조 2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행정부 재량이 큰 '쌈짓돈' 성격의 일반예비비 규모가 윤석열 정부 때보다 1조 4000억 원가량 줄었다.
6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비비는 4조 2000억 원으로, 올해 예산안(정부안 4조 8000억 원)보다 6000억 원 감소했다.
예비비는 일반회계(507조 원) 대비 0.8%, 총지출(728조 원) 대비 0.5% 수준이다. 일반예비비 8000억 원, 목적예비비 3조 4000억 원으로 나뉘어 편성됐다.
예비비는 세출예산을 편성하는 시점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재정 수요에 대비해 사전에 책정하는 예산이다. 일반회계 총액의 1% 이내로 편성할 수 있는 일반예비비와, 자연재해·전염병 등 사용 목적을 미리 지정해 두는 목적예비비로 구분된다.
여타 사업 예산과 달리 구체적인 심의 없이 총액만 국회 승인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행정부의 '쌈짓돈'으로 불리기도 한다.
내년 예비비의 특징은 일반예비비가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올해 정부는 일반예비비를 2조 2000억 원, 목적예비비를 2조 6000억 원 책정했다. 내년과 비교하면 일반예비비는 1조 4000억 원 많았던 반면, 목적예비비는 8000억 원 적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3년(일반 1조 8000억 원, 목적 3조 4000억 원)보다 일반예비비는 1조 원 줄었다. 2024년(일반 2조 원, 목적 3조 원)과 비교하면 1조 2000억 원 줄어든 셈이다.
다만 예비비 규모는 국회 의결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 올해 예비비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 집행 부진 등을 이유로 절반이 삭감돼 2조 4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후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1조 4000억 원이 증액됐지만, 내년 예산보다는 4000억 원 적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 등 지출 규모를 고려해 일반예비비를 1조 4000억 원 줄였다"면서 "최근 발생이 잦은 자연재해·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목적예비비를 8000억 원 늘렸다"고 설명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윤 정부 당시 예비비를 둘러싼 정쟁이 이어졌던 만큼, 이재명 정부가 일반예비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예비비는 1조 원 안팎 수준이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재해·재난 대응을 위한 재원은 예비비보다 기금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금이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한층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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