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출 당분간 '반짝' 호조세…회복 모멘텀은 G20 최고 수준

美관세에도 반도체·HBM이 견인…자동차도 체력 입증
연초 부진 빠르게 씻었지만…내년 급둔화 '역풍' 우려

지난달 26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자료사진)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올해 2분기 한국 수출이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강한 회복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인공지능(AI) 혁명' 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 수출 호조 덕분에 연초 부진을 빠르게 벗어났다.

우려보다 양호한 수출 흐름은 3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며, 4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게 분석됐다. 그러나 반도체의 긍정적인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는 내년부터는 수출이 급격하게 둔화하면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G20 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 수출은 올해 1분기 4.5% 감소(전기 대비)에서 2분기 7.1% 증가로 전환되며, 증감률이 11.6%포인트(p) 반등했다.

비슷하게 1분기 부진을 겪었다가 2분기 개선된 독일(6.7%p), 프랑스(6.3%p), 호주(5.3%p) 등도 한국의 수출 회복 강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기 대비 수출 증가율 변화 폭이 클수록 단기 회복 모멘텀이 강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지표 기준으로 한국은 2분기 수치를 발표한 주요 18개국 중 회복 강도 1위를 나타냈다.

1분기 낙폭이 컸던 기저효과가 일부 작용했지만, 무엇보다도 반도체 수출의 가파른 반등세가 수출 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OECD는 "한국의 수출 증가는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주도했다"고 밝혔다.

(OECD G20 무역통계 자료)

반도체 위주의 수출 회복세는 3분기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8월 우리나라 수출은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연달아 경신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수출 실적 분석에서 "관세의 수출 하방 압력을 반도체가 방어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품목별 수출 성장 기여도에서 반도체의 호조가 두드러졌다"며 "그 외 유망 품목의 기여도는 0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도 예상을 깨고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외 유럽에서는 전기차가, 호주에서는 픽업트럭이 높은 판매고를 올린 결과다.

이같이 강한 회복력을 바탕으로 3분기 수출은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가 늦어지면서 9월 영업 일수가 나흘 많아졌다"며 "이에 3분기 수출 증가율은 2분기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전망에서 "하반기 반도체 수출은 AI 투자 수요에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자동차도 품목별 관세 인하와 지역별 호조에 예상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흐름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반도체 선수요 효과가 소멸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수출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하반기 재화수출 증가율은 3.3%(전년 동기 대비)로,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상반기(1.6%)의 두 배를 넘어섰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에는 0.4%로 급격히 둔화하고 하반기에는 0.7% 감소하면서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 수출에 미치는 관세 영향은 아직 극초기 단계인 셈이다.

한은은 "내년 수출은 범용 반도체의 선수요 효과가 소멸하는 가운데 관세 영향이 점차 확대되면서 감소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