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예산 1.2조 구조조정…ODA 5000억·기후대응 3700억 '싹둑'
'尹정부표 ODA' 대폭 구조조정…기후대응기금 내 사업도
"저성과 사업 정리"…집행 부진한 경찰서·검찰청 신축 예산도 '칼질'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기획재정부 소관 예산 1조 1964억 원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개발원조(ODA)와 기후대응 관련 예산에서 대수술이 이뤄졌는데, 정부는 성과를 기반으로 한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3일 정부가 '2026예산'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6년 예산안 기획재정부 소관 지출구조조정 내역'을 보면 기재부 예산에서 총 1조 1964억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ODA와 기후대응기금 사업 재편으로, 두 분야에서만 90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깎여나갔다.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은 ODA 분야에서 이뤄졌다. 기재부 소관 ODA 예산은 약 5800억 원이 삭감됐다.
특히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집행되는 '민간·국제기구협력차관(융자)' 사업은 기존 7752억 원에서 2730억 원으로 5021억 원이 깎였다. 기재부 소관 단일 사업 중 가장 큰 폭의 삭감이 이뤄졌다.
일반회계에서도 녹색기후기금(GCF) 출연금을 328억 원 줄이는 등 각종 국제기구 출연금을 감액했고,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예산도 유사·중복 사업을 정리하며 약 76억 원을 삭감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올해 ODA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6조 5000억 원까지 증액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ODA 예산은 윤석열 정부 첫 해인 2022년 3조 9400억 원에서 올해 6조 5000억 원으로 60% 이상 급증한 바 있다.
정부는 이같은 ODA 예산 구조조정을 '정상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실장은 예산안 브리핑에서 "2024년도에 ODA가 한 번에 40% 정도 증가하면서 4조 원대였던 게 6조 원대로 늘었다"며 "우크라이나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이나 국제기구 재량분담금 등이 급격히 늘어난 부분을 과거의 일반적인 증가 추세 정도로 돌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급격히 늘어난 ODA 집행 과정에서 집행이 안 됐던 부분을 솎아냈다"며 "총리실에서 외교부·기재부와 함께 전수조사를 해서 집행이 덜 되거나 준비가 덜 된 것들은 감액을 했다"고 밝혔다.
유 실장은 "최근 국제적인 추세는 미국도 15~20%, 독일 등 유럽도 국방비 투자 때문에 ODA를 10~20% 감축하고 있다"며 "남들은 늘리는데 우리만 줄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슷하게 트렌드대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린 뉴딜' 정책의 핵심 재원인 기후대응기금에서도 대폭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기재부 소관 기후대응기금 사업 예산은 총 3681억 원이 구조조정됐다. 다만 기재부는 성과를 중심으로 재편한 것이며, 기후대응기금 예산 자체는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외부지적 등을 이유로 예산 1145억 원이 전액 삭감됐고, '친환경 선박 혼합연료 기술 개발 및 실증', '탄소순환형 정유제품 생산 기술개발' 등의 R&D 사업 다수가 전액 삭감 리스트에 올랐다. 탄소중립전환 선도 프로젝트 융자지원 예산도 집행 부진을 이유로 450억 원 깎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성과가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성과가 기대되는 사업에 재원을 집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기후대응기금 내 성과가 낮거나 집행이 부진한 사업들을 많이 구조조정했다"며 "이번 예산 편성 기조가 성과 낮은 사업은 구조조정하고, 성과가 잘 날 수 있는 사업은 집중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과 낮은 사업을 줄이고 성과가 잘 나는 사업들은 투자를 늘려서 전체적으로 기후대응기금 총액은 대폭 늘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환경 관련 예산을 올해 12조 9717억 원에서 13조 9760억 원으로 7.7% 증액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유재산특별회계에서는 '집행부진'을 이유로 약 711억 원의 예산이 삭감됐다. 특히 전국 각지의 경찰서, 검찰청, 세관 등 정부 청사 신축 사업 예산이 사업 지연을 이유로 대거 삭감됐다.
이 밖에 일반회계에서는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한국수출입은행 출자금 1000억 원이 사업 우선순위 조정에 따라 삭감됐다.
min78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