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00만원 시대"…한은, 금리 못 낮춘 이유 들어보니

서울 월세 중위가격 98만원…연초보다 5% '껑충'
집값이 월세 높이고 물가 자극…금리인하에 부담

지난 4월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서울 월세 중위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인 100만 원에 육박하면서 한국에서도 '월세 100만 원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은행은 집값뿐 아니라 월세 등 주거비도 물가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를 쉽게 낮추기 힘든 배경으로 꼽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8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은이 왜 자꾸 집값·부동산에 관심을 갖느냐'는 지적에 대해 "국민 50% 이상이 사는 수도권의 부동산, 월세 변화는 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31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0.7(2025년 3월=100·한국부동산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상승했다.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21년 6월(96.4)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서울 월세 중위가격은 지난달 98만 원(한국부동산원)에 달했다. 올해 1월보다 4.8%(4만 5000원) 높아졌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10년 전인 2015년 7월(75만 1000원)보다 30%(22만 9000원) 상승했다. 중위가격은 가격순으로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에 있는 값을 가리킨다. 극단값의 영향을 받는 평균치보다 실제 체감하기에 중간에 가까운 수준을 보여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월세 상승은 수도권 집값 급등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수도권 월세가격지수(2021년 6월=100)는 3월 104.5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6월(98.3) 이래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방과 5대 광역시보다 수도권에서 오름세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2년간 통화 완화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주로 수도권 집값이 고공 행진한 여파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러한 흐름이 물가에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주택가격과 월세 변화가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되는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작다"면서 "이에 물가 안정을 정의할 때 꼭 CPI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집값, 월세 변화를 같이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주택 매매가격과 함께 월세 동향 또한 기준금리 결정 요인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택가격·월세 등 주거비와 물가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은 이 총재뿐 아니라 기준금리 결정 주체인 금통위도 마찬가지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위원은 "주택가격, 주거비가 물가 인식과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준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위원은 "국내 CPI에는 여러 선진국과 달리 자가 주거비가 포함되지 않고 임차 주거비만 10% 미만 낮은 비중으로 반영돼 있다"며 "물가 데이터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주택가격 상승은 주거비 상승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고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계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근 주택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주거비 상승이 소비와 물가, 기대 인플레이션 등에 미치는 영향을 통화정책 운용 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달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로 2회 연속 동결했다. 5명의 위원은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고, 나머지 1명의 위원은 연내 동결을 시사하며 그 이유로 집값·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충분히 해소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도 "금리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면서도 "유동성을 과다하게 공급함으로써 집값 상승 기대를 부추기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