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發 경제충격 심화…성장 0.1%p 낮추고 물가 0.3%p 높여

물폭탄·불볕더위 2020년대 급증…건설·농업·서비스 직격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 외식물가로 전가…물가 불안 심화

폭염에 수확을 포기한 수박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폭염과 집중호우 피해가 매년 여름 반복되면서 우리 경제에 일시적 충격을 넘어 구조적인 위험 요인으로 굳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2020년대 들어 폭염·폭우 피해가 더욱 커져, 3분기 경제 성장률을 0.1%포인트(p) 낮추고 물가 상승률을 0.3%p 밀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31일 이런 내용의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의 성장·물가 영향' 경제 전망을 공개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호우와 폭염 빈도는 2020년대 들어 뚜렷이 늘었다. 시간당 30㎜ 이상 비가 내린 날은 2000년대 39일에서 2020년대 49일로 24% 증가했고, 이마저 시간당 50㎜ 이상 장대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폭염일수도 연평균 46일에서 67일로 45% 급증했다.

특히 2023년 이후 최근 3년간은 기록적 폭우와 폭염이 잇따라 경제 전반에 충격이 커졌다. 올해 역시 2024년에 버금가는 피해가 예상된다.

저자들은 "극단적 기상 현상은 앞으로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기존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설 경우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비선형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폭염·폭우는 △건설업 △농림어업 △음식·숙박업 등 외부 활동과 밀접한 부문에 손해를 입혔다.

집중호우 발생 일수가 10일 늘어나는 경우, 농림어업 성장률은 연간 2.8%p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건설업은 폭우로 인한 공사 중단 등 생산 급감 양상이 포착됐다. 폭염의 경우 단기 영향은 크지 않으나, 충격이 누적되며 4~6개월 후 건설업 생산을 감소시켰다.

결과적으로 폭염·폭우가 집중되는 3분기 경제 성장률은 2020년대 들어 2010년대 대비 0.1%p(연간으로는 0.04%p)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은 피해가 제한적이었지만, 대면서비스업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외식 물가 인상에 수요 위축이 크게 나타났다.

물가 파급 효과도 뚜렷했다. 매해 7월경 폭염·폭우에 채소·과일, 축산물, 수산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물가는 3분기 0.3%p, 연간으로는 0.1%p 상승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농축수산물값이 10% 오르면 3분기 후 외식 물가가 0.9% 오르는 구조적 전가 효과도 확인됐다.

저자들은 "최근 집중호우, 홍수 피해 급증은 우리나라 인프라가 과거 기후 여건을 토대로 설계돼 기상급변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인프라, 재난 대응체계 구축 시 장기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