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스가’ 띄우며 韓 조선업에 러브콜…알래스카 LNG 투자 압박도
[한미정상회담] 트럼프 "韓 선박 살 것, 美서 직접 건조도"
관세협상 때 미뤄둔 알래스카 청구서도 다시 꺼내 '압박'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이뤄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통상협상에서 한국과 맺은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조선업계가 대(對)미 투자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 직접 배를 건조하는 것 외에도, 한국산 선박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은 관련법에서 안보를 이유로 해외에서의 자국 상선·군함 건조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법 개정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한 규제 완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회담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재차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검증할 기초자료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프로젝트 참여 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지난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에 대한 기대감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세계 대전 때 우리는 하루에 한 척을 건조했는데 오늘 우리는 더 이상 선박을 건조하지 않는다. 그건 말도 안 된다"며 "이제 우리는 한국에서 선박을 살 것이며, 한국이 여기(미국)에서 우리 노동자를 이용해 선박을 만들게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부 선박을 한국 조선소에서 직접 주문해 구매하는 것 외에도, 한국 조선업체들이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 현지 건조를 병행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 함정 등의 국내 건조를 시사한 발언은 마스가 프로젝트가 상호호혜적 협력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안보를 이유로 자국 상선·군함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는 존스법·번스-톨레프슨법을 시행 중이다. 지난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내 해상 운송을 자국에서 건조·소유·운영하는 선박에만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경제패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미국 조선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해 발간한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보면 중국 해군이 보유한 함정·잠수함은 370척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그 숫자는 2025년 395척, 2030년 435척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 의회조사국(CRS)이 집계한 미 해군 보유 함정·잠수한 수는 올 1월 기준 296척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미국은 조선업 강국인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자국 조선업의 부흥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지난 관세 협상 과정에서 구체화된 것이 '마스가' 프로젝트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 규제는 상호호혜적 협력에 걸림돌로 작용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런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지를 직접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미국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존스법 개정안 발의를 통한 법 완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일각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을 통한 관련 규제 완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발동 범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국내 조선업체들은 경제성 등을 이유로 거제, 울산 등에서 선박 건조를 더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필리조선소가 지난 7월 46년 만에 미국에서 수주한 LNG 운반선은 미국 내 행정 절차만 처리하고, 실제 건조는 한국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이뤄진다. 미국의 규제 완환 전까지는 한국에서 건조한 LNG 운반선을 미국 선박으로 재선적하는 존스법의 제한을 우회하는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관세 협상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 참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도 재개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에서 한국과 석유 관련 협력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훨씬 더 많은 석유, 가스, 석탄,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알래스카에서 '합작 투자(joint venture)'를 진행할 것"이며 "일본도 강력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알래스카 청구서'를 꺼내면서, 한국은 가까운 시일 내 참여 여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사업으로, 미국은 사업 성공을 위해 세계 주요 LNG 수요국인 일본, 한국, 대만 등에 개발 사업 참여를 압박해 왔다. 특히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과 맞물린 시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과 일본이 수 조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일본과 대만이 사업 참여를 결정한 점도 우리나라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미일 무역 합의 타결 직후인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공화당 의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일본이 미국과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본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대만은 지난 3월 국영 석유기업인 대만중유공사(CPC)가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LNG 구매·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기도 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권 동토인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새로 건설할 1300여㎞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운반해 액화한 뒤 수요지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초기 사업비는 약 450억 달러(64조 원)로 추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불균형 완화 수단으로 한국과 일본에 더 많은 LNG 구매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일본 내에선 알래스카의 추운 날씨와 대규모 파이프라인 건설에 따른 비용 증가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알래스카 LNG 공급이 203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 역시 사업 참여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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