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월 '9월 금리인하' 깜짝 시그널…한은 인하 여력 '숨통'

잭슨홀서 "정책 변경 고려" 언급에…美 9월 인하 확률 90% 급등
한은, 금리차 우려 덜었지만…28일엔 '쉬어가기' 전망 다소 우세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여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다만 오는 28일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은 가계대출과 주택가격 등 금융 안정 요인이 발목을 잡는 탓에 동결 가능성이 다소 우세한 상태로 평가된다.

파월 의장은 22일(현지시각)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심포지엄 연설에서 "고용 지표의 안정성은 우리가 정책 기조 변경을 신중히 고려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정책이 긴축적 영역에 있는 가운데, 현재 가장 가능성 큰 전망과 위험 균형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정책 조정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신호로 해석됐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통화정책 조정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표현은 그간 인하 신중론에 가까웠던 파월 의장의 스탠스가 유의미하게 바뀌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직후 9월 금리 인하 기대를 크게 확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9월 인하 확률은 약 90%로 치솟았다. 전날 75% 수준에서 15%포인트(p) 급등한 것이다.

반대로 9월 금리 동결 확률은 전날 25%에서 10% 수준으로 급락했다. 트레이더들은 다음 달을 포함해 올해 3차례 남은 연준의 금리 결정 회의에서 2차례 인하 확률을 대략 50%로, 3차례 인하 확률을 40%로 반영했다.

연준의 금리 예상 경로가 명확해진 현재 상황은 한은 입장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을 키우는 호재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차는 2%p로 역대 최대인데, 만일 연준의 인하 없이 한은만 연내 1차례 인하를 단행하는 경우 2.25%p로 최대치를 다시 경신하게 된다.

한미 금리차 확대는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국내 물가를 밀어올릴 위험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외국계 자금의 국내 시장 이탈을 유도해 금융 안정을 해칠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에 파월 의장의 이번 잭슨홀 연설은 이론적으로는 한은의 금리 인하 확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국내 경제 여건을 보면, 한은이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초유의 0%대로 전망되는 경기 부진 상황임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불안 조짐을 보면 금리 인하에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히려 다수의 전문가들은 8월 한은의 금리 동결 확률이 조금 더 높다는 의견을 내놓도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 발표 이후 정책 효과는 3~6개월 이후 소멸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정부의 대출 억제 정책 이후 2개월이 되는 만큼 아직 정책의 효과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28일 금통위에서는 금리 인하를 10월로 넘기면서 쉬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그러나 한은이 작년처럼 정부 대출 규제 직후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견해도 맞선다. 경제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공조 차원에서 통화정책도 보폭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시적 소비 지원만으로 경기를 추세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면서 "기업 경기도 수출 호조의 덕을 보는 일부 대기업 제외 시 지표보다 악화돼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