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초혁신경제로 성장판 연다…李정부 '3% 잠재성장률' 도전(종합)

[李정부 경제정책]AI 15개·초혁신경제 15개 프로젝트 선정
부동산 쏠린 자금, 증시 전환 유도…지방 우대 정책 마련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2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 2개월 만에 향후 5년의 경제 청사진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과 초혁신산업을 앞세워, 하락세인 잠재성장률을 다시 3%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공공·국민 등 전(全) 분야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AI 대전환' 사업을 추진하고, 첨단소재·부품, 기후·에너지기술 등 신(新)성장동력 산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또한 현재의 '수도권 1극' 체제에서 벗어나 지방 중심의 '5극3특' 구도를 구축하고,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자본시장 등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해 국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국가 AI 대전환을 위한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2025.8.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AI 대전환 "마지막 골든타임"…경제·사회부터 기술까지 전부 혁신

이재명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은 과거 정부가 매년 내놓던 경제정책방향과는 다른 결을 보인다. 기존에는 민생안정과 성장동력을 두루 강조했다면, 올해는 기술 중심의 선도형 성장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이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 성장 판을 다시 짜야 할 전환점이라고 보고, 기술 선도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연초 발표한 기존 전망치(1.8%)의 정확히 절반 수준으로, 2020년(-0.7%) 코로나19 대유행기를 제외하면 2009년(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1.8%로 전망했다. 올해보다 2배 높은 수치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2025~2029년 1.8%·한은 추정)에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의 경우 올해와 내년 모두 2.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 같은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기존의 '추격경제'에서 벗어나 '선도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사회 전 분야의 AI 적용(전방위 AI 대전환)을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하며, 이를 통해 잠재성장률 3%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는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AI 대전환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 경제가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자 마지막 골든타임을 맞이했다"며 "추격 경제하에 설계된 모든 국가 시스템을 선도경제로 전환하는 경제 대혁신에 성공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AI 대전환을 위해 기업, 공공, 국민, 기반조성 등 4대 핵심 분야에서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 분야에서는 로봇, 자동차, 선박, 가전, 드론, 팩토리, 반도체 등 7개 산업이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기업, 대학, 출연연, 지자체, 관계부처 등이 참여하는 추진단을 구성하고 연구개발(R&D), 실증지원, 규제 완화, 판로, 금융 등 '전 주기 패키지 지원'에 나선다.

특히 제조, 바이오헬스, 주택·물류 등 전 분야에서 생활밀접형 제품 300개에 대한 AI 전환(AX) 지원 프로젝트를 신설한다.

공공 부문에서는 복지·고용, 납세 관리, 신약 심사 등 3대 선도프로젝트에 AI를 도입한다.

복지·고용 부문은 AI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납세 관리 분야는 AI 세무상담·검색 등을 도입해 2027년까지 홈텍스를 전면 개편한다. 신약 분야에서는 AI 자료대조·검증, 허가심사서 초안 작성 등을 통해 심사 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국민 부문에서는 'AI 한글화' 전략을 통해 국민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추진한다.

또한 최고급 AI 인재에게는 급여·병역 특례를 제공하고, 교수가 AI 기업을 운영하는 겸직도 허락한다. 석학·신진급 해외 인재 2000명을 유치하고, 국내로 복귀하는 재외한인 박사 후 연구원에게는 연구비를 지원한다.

정부는 또 민관 협력을 통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2030년까지 5만 장 이상 확보하고 전력·세제·규제 등 패키지 지원을 통해 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한다. 민관이 협력해 AI 정예팀(최대 5개팀)을 구성하고 집중 지원해 세계적 수준의 독자 AI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 선정…바이오·콘텐츠·뷰티 등 패키지 지원

정부는 또 기존 산업 중 첨단소재·부품, 기후·에너지기술 등을 집중 육성하는 '초혁신경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구체적으로 △SiC 전력반도체 △LNG화물창 △초전도체 △그래핀 △특수탄소강 △태양광·차세대전력망 △해상풍력·HVDC △그린수소·SMR △스마트 농·수산업 △초고해상도 위성개발 △K-바이오·의약품 △K-콘텐츠(게임, 웹툰 등) △K-뷰티(통합 클러스터) △K-식품 등 15대 선도프로젝트를 정하고 패키지 지원에 나선다.

이를 위해 10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일반 국민의 공모자금, 연기금·민간금융이 참여하는 민간자금 50조 원 이상을 조성하고, 정부보증 기반의 기금채 발행 및 산업은행의 자금 출연을 통해 50조 원의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만들 계획이다.

기존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은 범용(페트병, PE등)에서 고부가가치(반도체 세정액 등)로의 전환을 위해 사업재편을 유도한다.

철강 산업은 수소환원제철, 특수강 등 저탄소·고부가 산업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AI를 활용한 제조 공정 전환 등을 위해 R&D 지원을 확대한다.

방위 산업은 기존의 재래식 무기 체계에서 AI 드론, 로봇 등 첨단 분야로 재정을 재투자한다. 민간이 개발한 무기를 군이 실증하고, 향후 수출도 지원할 예정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수도권 1극→5극3특 체제 전환…지방 인센티브 대폭 확대

정부는 또 향후 경제전략으로 지역 발전과 중기·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제시했다.

정부는 지방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정책체계를 전면 개편해, 현재 수도권에 치중한 발전수준을 '5극3특'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을 크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서남권(전북·광주·전남) △대경권(대구·경북) △중부권(대전·충청) △강원·제주권으로 나눠, 권역별 특화산업을 지정해 육성할 계획이다.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의 규모를 확대하고, 기존 사업별 보조를 '포괄보조'로 전환해 지역 여건에 맞는 자율적인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또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과 지방 신·증설 투자에 대한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확대한다. 기업의 본사·공장을 인구감소지역 등 지방으로 이전 시 법인세·소득세 감면을 확대하고 일몰 기간도 2028년까지 연장한다.

중기·벤처를 위해선 AI 경진대회 등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초기 투자금을 기존 모태펀드 전체 예산의 20%에서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퇴직연금의 경우 벤처투자를 허용하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모태펀드 우선손실충당, 퇴직연금의 환매 가능성 확보를 위한 풋옵션 부여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소상공인을 위해선 대환대출 지원 대상을 기존(지난해 7월 3일 이전 대출)보다 확대해 올해 6월까지로 확대한다. 또 개인사업자도 대출 갈아타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 대상을 매년 1세씩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자녀 1명당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는 최대 100만 원으로 올린다.

다른 기업에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의 피해 입증 부담은 대폭 완화된다. 이른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해 기술 탈취가 의심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법원이 전문가를 지정해 현장 조사를 진행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기업의 안전·보건 조치 위반으로 다수의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과징금 제도도 도입된다. 영업정지 요청과 공공입찰 참가 제한 대상은 확대하고, 공공계약 입찰평가 항목에 중대재해 위반 시 감점 항목을 신설한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와 코스닥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출되고 있다. 2025.8.2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코리아 프리미엄' 제시…'부동산서 증시로' 자금 흐름 바꾼다

이외에 정부는 현재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증시로 유도하는 '코리아 프리미엄'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증시 수요 기반 확충 △자금 선순환 기반 조성 등을 추진한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상법 개정안 안착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합병 과정에서 합병가액 산정 시 주가뿐 아니라 자산·수익가치 등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물적 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는 공모신주 일정비율을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우선 배정한다.

또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해 기업 인수 시 소액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 및 회수 기회도 보장하기로 했다.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대상·범위를 확대하고, 수탁기관의 이행 여부 점검 및 경과를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가 조작과 시세 조종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한다.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과징금,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임원선임 제한 명령(최장 5년) 등으로 엄벌할 방침이다.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다.

기업 규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데이터·자율주행·바이오헬스 산업 규제를 줄이고, 기업규모별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가 핵심 신산업의 경우 단계적으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한다. 대규모 지역 단위의 '메가특구'를 도입해 해당 지역 내 기업에 규제 특례를 제공한다.

특히 사업주의 형사 책임을 완화하는 한편 민사상·금전적 책임은 강화한다. 경영진의 배임죄 개선 논의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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