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경상수지 '역대 최대' 20조 육박…"하반기도 양호한 흐름"(종합)

수출 반도체 11.3%·의약품 51.8% 급증…관세 선주문 영향
"반도체 호조 지속…자동차·의약품 등은 관세 영향 주시"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을 앞둔 상품이 쌓여있는 모습 (자료사진)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반도체와 의약품 등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규모인 143억 달러 상당의 흑자를 기록했다. 현재 환율로 20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특히 상품수지 흑자가 8년여 만에 가장 크게 확대되며, 역대 3위 수준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전체 경상수지도 역대 3위 흑자를 기록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142억 7000만 달러 흑자로, 한 달 전(101억 4000만 달러)보다 41억 3000만 달러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월간 경상수지 흑자에 해당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 흑자 폭이 확대된 영향"이라며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한 가운데 배당 수입이 늘고 배당 지급은 줄어든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493억 7000만 달러 흑자로 상반기 기준 역대 3위였다. 신 국장은 "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줄며 상품수지 흑자 폭이 확대된 데다 배당 수입을 중심으로 본원소득수지가 크게 늘어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2000년 이후 세 번째로 긴 흑자 흐름인 26개월 연속 흑자 기록도 경신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장 /뉴스1

6월 상품수지는 131억 6000만 달러로, 전월(106.6억 달러)보다 25억 달러 증가했다.

상품수지 흑자가 2016년 3월(133.2억 달러), 2017년 9월(145.2억 달러)에 이어 역대 3위 규모에 올랐다. 7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품수지 흑자 규모였다.

6월 수출은 603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하면서 전월(-2.9%)의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컴퓨터 주변기기 등 정보통신기술(IT) 품목의 수출 호조가 지속된 가운데 IT 외 품목도 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늘면서 1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6월 IT 수출이 1년 전보다 4.7% 뛰면서 전체 수출을 견인(통관 기준)했다. 특히 컴퓨터 주변기기(13.6%), 반도체(11.3%) 수출 증가세가 가팔랐다.

IT 외 품목 수출도 4.1% 큰 폭으로 늘어났다.

다만 6월 수출 증가는 관세 부과 이전에 물량을 미리 당겨놓으려는 기업들의 선(先) 주문 효과가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신 국장은 "지금 대미 반도체 수출이 좋게 나오는 데에는 관세 부과 전 선수요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의약품(51.8%)을 제외한 승용차(-0.3%), 석유제품(-0.9%), 철강제품(-2.8%) 등 IT 외 품목 수출은 미국 관세 여파와 유가 변동 등에 감소세를 보였다.

(한은 제공)

수입은 472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0.7% 증가하면서 3개월 만에 늘었다.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 증가세가 확대되고 원자재 수입 감소 폭은 축소된 결과였다.

6월 서비스수지는 주로 여행수지 적자 확대로 인해 25억 3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전월(-22.8억 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2억 5000만 달러가량 확대됐다.

여행수지 적자 폭은 10억 1000만 달러로 한 달 새 6000만 달러 늘어났다. 이는 5월 중국 노동절 등 연휴 효과가 소멸하면서 입국자 수가 전월보다 감소한 영향이 컸다.

본원소득수지는 41억 6000만 달러로 흑자 규모가 한 달 전(21.5억 달러)보다 20억 1000만 달러 급증했다.

이는 6월 배당소득수지 흑자가 34억 4000만 달러로 전월(15.9억 달러)보다 2배 이상 확대됐기 때문이었다. 지난 5월에는 기업들의 배당 지급이 연이은 반면에 이번에는 지급이 줄고 수입까지 늘어났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앞으로도 경상수지는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신 국장은 "7월 무역수지가 같은 달 기준 최대 흑자를 보였기에 7월 경상수지도 상당 폭 흑자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 경상수지는 관세 정책이 수출에 조금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배당 수입이 계속 많이 들어오면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세 영향에 대해서는 자동차·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가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신 국장은 "의약품 관세 부과 등에 수출이 약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선수요 영향이 걷히며 부정적 영향이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자동차 품목별 관세 부과도 국내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 증대, 유럽 등지로의 수출 다변화 전략이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미 무역 합의 당시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 최고 혜택을 받기로 합의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조건은 아닐 것"이라면서 "반도체 경기 호조세 또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인공지능(AI) 수요 등에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