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운명의 날'…오늘 밤 '2+2 재무·통상협의' 담판

대미 투자액 두고 막판 협상 진통…양국 재무장관 만남 주목
마스가 프로젝트, 쌀·소고기 등 모두 협상테이블 올려 총력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 News1 김진환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미국이 예고한 관세 협상 종료 시한(8월1일)을 하루 앞둔 31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만나 최종 담판에 나선다. 이번 회담은 지난 25일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 일정'을 이유로 연기됐던 '2+2 고위급 재무·통상 협의' 형태로 진행된다. 한국 측에서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에서는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동석한다.

대미(對美) 투자 규모를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돌파구를 찾아 극적 타결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협상이 결렬되거나 추가 지연될 경우, 한국은 8월 1일부터 25%의 고율 상호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우리 정부는 수십조 원 규모의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와 쌀·소고기 시장 개방, 구글 지도 반출 등 모든 협상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미국과의 막판 담판에 나섰다.

구윤철·여한구-베선트·그리어 오늘 워싱턴 D.C서 관세 최종 담판

3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구 부총리와 여 본부장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10시 45분 미국 워싱턴 D.C에서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그리어 USTR 대표와 '2+2 고위급 재무·통상 협의'를 진행한다.

애초 지난 25일 열릴 예정이던 회담이 베선트 장관의 '긴급 일정'을 이유로 연기된 이후 6일 만에 재개되는 협상이다. 협상 종료 시한을 하루 남기고 양국 재무·통상수장이 만나는 마지막 담판의 자리다.

한미 양국은 대미 투자 규모를 놓고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한국에 4000억 달러(약 552조 원) 규모의 투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2000억 달러 수준에서 조율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초기 '1000억 달러(약 138조 원)+α'를 제시했던 우리 정부는 미국의 완강한 거부에 금액을 상향했지만, 미국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재무장관까지 나선 이번 '2+2 회담'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한국은 다음 날부터 25%의 고율 상호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우리 정부는 550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요구를 방어하기 위해 그동안 미국이 요구해 온 미국산 쌀 수입 확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규제 해소, 사과 수입 허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도 절실한 조선업 협력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수십조 원 규모의 '마스가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7.29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트럼프에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 베선트 넘어야…협상 성패 좌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미국의 관세 협상을 주도하는 '투톱'이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통상수장으로서 미국의 관세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성향으로 분류되며, '최대 압박을 통해 양보를 얻는 거래 방식'을 중시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통상당국은 관세 협상 초기부터 카운터파트로서 우리 협상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러트닉 장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전략으로 협상에 임해왔다.

러트닉 상무장관이 협상안의 '기본 틀'을 짜는 역할이라면, 베선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기 위한 '최종 관문'에 해당한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협상을 실질적으로 조율하는 '키맨'으로 알려졌다.

'냉정한 실용주의'자라는 평을 받는 베선트 재무장관은 조건을 주고받으며 기술적으로 거래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총리와 베선트 재무장관의 최종 담판에서는 관세 의제와 함께 외교·안보·국방 등을 포괄하는 '패키지 딜'이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국방비 증액 등 동맹 현대화와 관련된 사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코틀랜드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2025.07.29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1천억달러 대미 투자 제시, 트럼프 자극할 수도…3천억달러는 돼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만의 차별화된 강점인 조선·제조업 분야에서의 협력 필요성을 중점적으로 부각하며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다른 나라가 협상을 먼저 타결해) 한국이 몰린 상황에서 여러 협상 카드를 조합해 패키지로 제안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장 원장은 "(기존 협상 타결국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개방, 미국산 제품 구매, 투자 펀드에 관심이 있다"며 "한국은 일본, 유럽연합처럼 투자 펀드 규모를 무한정 높이기 어려우니 조선업 협상 카드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막바지 협상에서 '대미 투자 규모'에 대한 양국 간 이견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투자 규모를 상향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성과로 홍보할 수 있는 인상적인 카드가 있어야 한다"며 "1000억달러 수준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만 할 수 있다. 3000억 달러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선업·인공지능(AI)·공급망 동맹, 에너지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협력 사업을 투자펀드 규모로 편입시키는 방안도 있다"며 "일본, 유럽 등도 유사한 방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당국은 일본, EU(유럽연합) 등 주요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15%'의 상호관세를 적용받는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한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이와 비슷한 수준의 협상 타결을 목표로 막판 조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일본과 EU가 관세를 대폭 낮춘 만큼, 우리 역시 그보다 나은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미국 시장 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