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주주 양도세 기준 50억→10억 복원 검토…배당소득은 분리과세
정부, 증세 기조 선회…법인세율도 25%로 환원 검토
세수 확보 본격화…비과세·감면 조치 복구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법인세율 인상과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복원, 증권거래세 조정, 비과세·감면 축소 등의 내용을 담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진 감세 조치를 되돌리며 '증세'로 정책 기조를 잡은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적극 재정'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수 기반 확충 작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것이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날(22일) 이 대통령에게 세제 개편안을 보고했다. 개편안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25%로 다시 인상하고,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환원하는 한편, 배당소득세는 분리과세 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현재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다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10억 원 기준을 50억 원으로 상향한 조치를 원상 복구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기준 조정이 조세 형평성과 세수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매년 말 대주주 회피성 매도가 집중되면서 증시가 급락하는 현상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주주 기준이 10억 원이었던 2022년에는 과세 기준일 하루(12월 27일)에만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1조 5000억 원이 넘는 개인 순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대주주들이 절세 목적으로 매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지만, 손실은 소액 투자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14일 입장문에서 "10억 원에 대주주가 되던 시절, 가을 무렵부터 연말까지 연례행사로 대주주 회피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지수 상승을 가로막았으며, 그 틈을 탄 공매도 세력의 하방 작업에 의해 비정상적 하락이 반복됐다"며 "실제 추진된다면 이제 막 치고 올라가는 장세에 얼음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부는 증권거래세율도 0.15%에서 0.18%로 올리는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 증권거래세는 수익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주식 매도에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으로, 개인 투자자의 실질세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거래세 수입은 2020년 8조 8000억 원에 달했으나, 이후 세율 인하 등의 영향으로 2023년에는 4조 8000억 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거래세 세수의 75.3%인 약 4조 5682억 원을 개인 투자자가 부담했다.
주식 관련 세 부담 증가에 대한 보완책으로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이자·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6~45%의 누진 소득세율이 적용되는데, 새 개편안은 2000만 원 초과 배당소득에 대해서도 10~20% 수준의 분리과세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제시했던 '주주친화 정책'으로, 개인 투자자의 투자 매력을 높이고 국내 기업의 배당 유인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과세 방식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토대로 조율 중이다. 해당 안은 연간 배당소득 2000만 원 이하 14%, 2000만 원 초과~3억 원 이하 20%, 3억 원 초과 25%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다.
정부는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액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상장사에 대해 분리과세를 적용할 방침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기준은 배당 성향 40% 이상이다. 이미 이 수준을 충족하고 있는 은행·보험·증권·통신 등 고배당 업종은 추가 배당 확대 없이도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연구·개발(R&D) 투자나 사업재편으로 인해 배당 성향이 낮을 수밖에 없는 IT·바이오 등 일부 업종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전 3개년 평균 대비 배당 증가 등 '대체 요건'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같은 배당소득세 개편은 국제 추세와도 맞물린다. 미국은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해 0·15·20%의 세율로 분리과세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아예 배당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기업이 이미 법인세를 납부했기 때문에 이를 받은 개인에게 추가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한국도 1999년까지는 배당소득에 대해 16.5%(지방세 포함)의 분리과세를 적용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부의 재분배 필요성이 제기되며 2000년부터 종합과세 체제로 변경한 바 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도 현행 24%에서 25%로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2022년 25%에서 24%로 내린 조치를 되돌리는 것으로, 세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법인세 수입은 세율 인하 직전인 2022년 103조 6000억 원에서 2023년 62조 5000억 원으로 40조 원 이상 줄어든 상태다.
다만 실제 세율 인상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며, 기업과 투자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시의 법인세수 감소는 세율 인하보다는 기업 실적 부진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율을 1%p 인상할 경우 세수 증가 효과는 약 2조 5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지만, 그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정부 출범 초기부터 법인세 인상에 나선다면 기업이나 해외 투자자들에게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각종 비과세·감면 조치를 되돌리는 내용도 세제 개편안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감세 기조를 되돌리고 실질 세수를 늘리는 방향의 세제 개편이 이뤄지는 반면,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상속세 완화, 근로소득세 인하 등은 이번 개편안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준비 중에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최근 관계 부처로부터 국세 기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듣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정부는 향후 당정 협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세제 개편안을 확정한 뒤, 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세법 개정안은 연말쯤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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