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오늘 미국행…韓 경제 좌우할 관세협상 '담판'

베선트·그리어와 2+2 협의…비관세장벽·LNG 등 협상 카드로
정밀지도·쌀·소고기는 제외…일본과 비슷한 15% 수준 관세 예상

ⓒ News1 DB

(세종=뉴스1) 임용우 전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미국과의 상호 관세 협상을 위해 방미길에 오른다.

미국은 8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 가운데, 실제 관세가 발효되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은 이미 25%의 관세가 적용 중인 가운데, 상호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0%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장 큰 수출시장 중 하나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하는 등 미국발(發) 관세 영향은 우리나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김정관 산업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이 미국을 찾아 관세 낮추기에 총력전을 벌인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5.7.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재명 정부 경제팀 총출동…25% 관세 방어 '총력'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구 부총리는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한다.

이번 방미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 구 부총리까지 가세하면서, 싱크탱크 및 미국 정부 관계자 등과의 관세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구 부총리는 워싱턴 도착 직후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와 만나 최근 세계 경제 상황과 한미 협력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오는 25일에는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2+2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재부에서는 외화자금과장, 통상정책과장 등이 동행하는 만큼, 관세는 물론 환율 문제도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이번 방미 기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및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 장관,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등과 관세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자동차 수출이 4.0%, 철강·알루미늄 수출이 1.4%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대미 수출이 11.8% 줄면서 전체 수출이 3.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처는 미국이 한국 대상 관세를 25%로 유지하면서 중국에 145% 관세를 부과할 때에는 전체 수출이 10.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 영향으로 인해 국내외에서는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KDI와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6월 말 기준 평균 0.9%에 불과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0.8%로 예측했다.

이미 미국의 관세 영향은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3% 증가했지만, 대미 수출은 0.5% 감소했다. 지난 4월(-6.8%), 5월(-8.1%)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의 모습. 1 ⓒ News1 이승배 기자
우리나라 카드는 LNG·비관세 장벽 해소…정밀지도·쌀·소고기는 빠져

정부는 이번 협상을 앞두고 미국 측을 설득할 다양한 협상 카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서 정부는 원전·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 분야의 협력 강화와 함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확대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할 전망이다. 또한 미국 측이 강하게 요구해 온 유전자변형(LMO) 감자, 사과 등 비관세 장벽 해소 방안도 협상 카드로 쓰일 전망이다.

다만 미국이 그간 요구해 왔던 쌀 수입 확대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재개, 정밀지도 반출은 우리 정부가 건넬 협상 카드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고기의 경우 미국산 30개월령 수입 재개가 이뤄지면, 유럽과 같이 한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요구나 수입 조건 완화 요구가 뒤따를 수 있다.

쌀의 경우에도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 문제가 있다. WTO 농업협정에 따라 한국은 쌀 수입할당물량(TRQ)을 의무적으로 충족해야 한다. 미국의 TRQ를 늘릴 경우, 중국·호주·태국·베트남 등 다른 대상 국가의 비중을 줄여야 해서 추가적인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

정밀지도 반출과 관련해서는 휴전국이라는 안보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국토교통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 방안을 통해 협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근 재계에 미국 내 설비 투자 및 고용 확대와 관련된 새로운 계획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미국산 소고기 2025.7.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일본은 15%로 협상 타결…전문가들 "우리도 비슷할 것"

우리 정부의 대미 관세 협상도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일본산 제품에 대해 1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일본은 이에 대한 대가로 5500억 달러(약 76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일본은 4월 2일 상호 관세 발표 당시 24%의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 새로 부과하겠다고 제시한 관세율은 25%였다.

이번에 합의된 일본의 상호 관세 15%는 미국이 지금까지 타결한 교역국 중에서는 영국(10%)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영국 외에 베트남(20%), 인도네시아(19%), 필리핀(19%) 등과도 관세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4월부터 추가로 부과되던 25%의 관세를 절반인 12.5%로 낮추고, 기존 세율인 2.5%를 더해 최종적으로 15%로 조정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송영관 KDI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협상 결과는 한국 정부의 대응 전략에 있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며 "한국도 비슷한 그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일본이 기존 다른 국가들보다 꽤 좋은 조건으로 협상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비슷한 수준에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세 유예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일본 협상이 이미 타결된 만큼, 최대한의 국익 확보를 목표로 협상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