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경제·통상·외교라인 총출격…관세협상 D-10 '총력전'
위성락 이어 여한구 방미, 구윤철·김정관·조현도 워싱턴行
관세 협상 종료 시한 앞두고 고위급 협의 동시다발 추진
- 이정현 기자,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협상 마감 시한(8월1일)을 열흘 앞두고, 워싱턴 D.C.에서 한미 고위급 협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 급파됐고, 조만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도 잇따라 방미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진용을 갖춘 경제·통상·외교·안보 라인이 총출동해 미국과 전방위 협상에 나서면서, 우리나라에 부과된 '25%'의 관세 요율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구 부총리는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저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재무장관, USTR 대표와 '2+2'로 25일 회의하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열린 한미 첫 '2+2 통상 협의'에는 산업부 장관이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통상교섭본부장이 구 부총리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이는 미국 측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카운터파트로 나선다.
구 부총리는 "긴급하게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해서 향후 관세 협상에 대해 대응할 방향을 관계 부처 장관들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현)외교부 장관과 (김정관)산업부 장관도 각각의 카운터파트(상대)와 회의를 하기 위해 빠르면 이번 주에 최대한 빨리 미국으로 가서 설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수장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23일 오전 워싱턴 D.C로 향한다.
'2+2 통상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면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의 면담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주 미국에서 관세 문제를 포괄하는 한미 고위급 협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20일 한발 앞서 미국으로 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관세 등 '패키지딜' 협상에 착수했다. 위 실장은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등 국무부 쪽 인사들 설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당국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부과한 25% 상호관세와 자동차(25%), 철강·알루미늄(50%)에 대한 품목관세 예외·인하를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협상 카드를 준비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이 농산물 비관세장벽 해소다. 영국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주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거나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비관세 장벽 해소 △에너지·농산물 구매 확대 △디지털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해제'와 '쌀 시장 추가 개방' 등이 꼽힌다. 블루베리 등 과일류 검역 간소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승인 절차 단축 등도 요구 사항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한미 관세 협상에 활용할 최종 협상 카드와 관련해 "모든 것은 테이블 위에 있다"는 말로, 협상 카드에 제약이 없음을 시사했다.
미국이 시장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품목은 쌀, 소고기, 사과, 감자, 딸기 등이다
이 중 대표적인 사안이 쌀 쿼터 물량 확대다. 미국은 매년 발표하는 무역장벽(NTE)보고서에서도 줄곧 이같이 요구해 왔다.
한국은 수입쌀에 51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TRQ(저율관세할당) 물량(40만8700톤)은 5% 세율이 적용되며 이 가운데 13만2304톤이 미국에 할당돼 있다. 이 물량을 늘리는 방식이 유력한 협상 카드로 거론된다.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도 유력한 협상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소고기는 미국의 대표적인 수출 경쟁 품목이다.
미국 축산업계와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한국과 같이 '월령 수입 제한' 조치를 했던 일본·중국 등 주요 시장은 이미 해당 규제를 철폐했다는 점을 근거로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다만 농축산물 분야의 양보는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광우병 사태 등 국내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디지털 분야 역시 미국이 반드시 양보를 얻어내려는 핵심 분야다. 미국 측은 자국 빅테크들이 불합리한 규제라고 주장해 온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과 망 사용료 부과 도입 계획 철회,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 역시 관세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제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은 지난달 백악관을 방문한 여 본부장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각별히 관심을 둔 사안이라며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의 한국 참여를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우리 정부는 비관세장벽, 특히 농축산물 관련된 미국의 요구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보와 산업 협력까지 통상에 끼워 맞춰 토탈 패키지로 협상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건은 우리가 농축산물과같이 민감한 분야는 방어하면서, 반대로 미국이 꺼리는 자동차나 향후 예정된 반도체 품목관세에서 어떤 우호적인 혜택을 끌어내느냐"라고 말했다.
이번 미국과의 협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뿐 아니라 외교부 장관도 나서는 만큼 국방비 증액과 같은 외교·안보 분야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경제·통상라인보다 한발 앞서 미국으로 향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대외경제장관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조현 외교부 장관도 미국 측 카운터파트(상대)와 회의하기 위해 빠르면 이번 주에 최대한 빨리 미국으로 가서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관세 협상에 통상과 안보를 포함한 '패키지딜'을 고려하고 있다. 통상 협상 시한에 얽매이기보다는 국익을 최우선한다는 입장으로, 시간이 걸리는 안보 논의도 한 테이블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 9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미국과 방위·국방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방미 중) 우리가 방위비 전체를 어떻게 할 거냐는 얘기는 나왔다"며 "국방비 전체에 대해서는 국제적 흐름에 따라 조금 늘려가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 우리 기여가 많고 그 기여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캐나다 등 동맹국에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증액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NATO는 이를 수용한 상태다.
한국의 2024년 기준 국방예산은 59조 4244억 원이고 GDP는 2556조 원이다.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2.3% 수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5% 비중을 맞추려면 두 배 이상의 증액이나 예산 분류 조정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미정상회담을 통한 '패키지딜' 돌파구 마련 가능성도 남은 상태다.
위성락 실장은 지난 9일 한미정상회담 시점과 관련해 "가급적 조속히 하자는 데 공감대는 있지만 8월 1일 이전, 이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영역을 논의 중인데, 통상 전반에 관한 것도 있고 투자, 안보 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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