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도 '이럴 땐' 허사"…한은 ADB-JIMF 공동 콘퍼런스

"교육·의료·복지 지출 확대시 1년 뒤부터 지니계수↓"
"가계부채 많을수록 재정지출 경기진작 효과 작아져"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민생회복 지원금 사용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정부가 교육·의료·사회보장 등의 지출을 늘리면 지니계수가 1년 뒤부터 내려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임금·자산가치 상승으로 고소득층도 이득을 보는 초반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자원 재분배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부 지출은 양보다 질이 훨씬 중요하다는 분석과 함께 가계부채가 많을수록 재정의 경기 진작 효과가 작아진다는 분석도 제기돼, 정부의 재정 확장은 장기적인 시야로 질 높은 지출을 추구함과 동시에 가계부채 관리도 병행해야 하는 복합적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6일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금융학회(JIMF)와 공동 개최한 'ADB-BOK-JIMF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실증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를 수행한 가지 살라 우딘 린셰핑대 교수는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저소득층이 주요 수혜 대상이 되는 부문의 지출을 늘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출을) 장기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장치의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 지출 대응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 재정 확장이 의도하는 불평등 완화 효과가 1년 뒤부터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출 항목별 분석 결과, 저소득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의료·사회보장 부문에서 정부 지출이 확대되면 지니계수는 1년 뒤부터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에는 임금, 자산가치 상승 등을 통해 고소득 계층도 혜택을 받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도에 부합하게 자원이 재분배된다고 우딘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정부 지출을 '단기 대응' 용도로 쓰면 불평등 개선 효과는 작아졌다.

국가 여건별 분석 결과 △신흥·개도국일수록 △공공부문이 부패할수록 △기후위험에 노출돼 있을수록 △기초재정수지 수준이 낮을수록 포용적 지출의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는 떨어졌다.

우딘 교수는 "해당 특성을 보유한 국가에서는 단기적 대응을 위해 공공자원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그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집중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공공투자는 '양보다 질'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맷 아다로프 세계은행(WB)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공공투자의 성과를 기반으로 새 품질지수(PIQ)를 개발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아다로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공공투자의 질적 수준(PIQ)이 높은 국가에서는 공공투자의 확대에 따라 국가 신용위험(CDS 스프레드)이 하락하지만, 질적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신용위험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투자의 질적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는 공공투자의 확대에도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증가하지 않았으나, 질적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부채비율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가 재정을 풀어도 '가계부채가 많으면'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재정 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는 가계부채 수준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며, 가계부채가 낮은 경우 정책 효과가 더욱 커진다"고 밝혔다.

특히 허 교수는 "이런 정책 효과의 비대칭성은 한국 등 비기축 통화국의 경우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허 교수는 "가계부채가 높을수록 재정정책의 효과가 제약될 수 있다는 점은 정책 환경 개선을 위해 가계부채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특히 비기축 통화국에서는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