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3주간 '끝판 협상'…'농축산·디지털 비관세장벽' 쟁점

美 서한에 농축산물 수입제한, 디지털규제 등 철폐 요구 명시
정치적 민감 이슈 다수…미 요구 수용해도 품목관세 예외는 요원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관세 관련 서명 서한을 공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불행히도 우리 관계는 상호적이지 않았다"면서 "2025년 8월 1일부터, 우리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품목별 관세와 별도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 이라고 밝혔다. 2025.7.8 ⓒ AFP=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미국이 당초 이달 9일부터 예고한 상호관세 발효 시점을 8월 1일까지 연기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3주간의 추가 협상 시한을 벌게 됐다. 남은 20여 일의 협상 기간 우리 통상당국은 고율의 관세를 낮추기 위한 '끝판 협상'에 돌입한다.

추가 협상을 위한 관세 유예 기간을 확보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으나, 미국의 협상 압박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처한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이나 디지털 부문 규제 완화 등 미국의 비관세장벽 해소 요구는 국내에서도 민감한 이슈로, 선뜻 내어주기 어려운 카드다.

또한 미국 측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요구하는 자동차(25%), 철강·알루미늄(50%) 품목관세에서 우호적인 조치를 기대하긴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합의로 조정이 가능한 것은 국가별로 매긴 관세 요율뿐이라며, 품목관세는 예외로 뒀기 때문이다.

美 요구, 농축산·디지털 비관세장벽 해소 '난제'

10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관세 서한에서 '무역 장벽을 완화하면 관세를 낮춰주겠다'고 명시했다.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주요 무역국의 수입품에 기본 상호 관세 10%를 매기고 있다. 추가 상호 관세에 대한 90일 유예가 끝나면 한국의 경우 관세 15%가 9일부터 추가 부과될 예정이었으나, 미국이 관세 발효 시점을 8월 1일로 미루면서 20여일의 시간을 더 확보했다.

남은 기간 협상을 통해 한국에 부과한 '25%' 상호 관세율이 조정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농축산물 검역, 디지털 교역 등의 비관세장벽을 해소하라고 다시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국별 무역 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이나 과일 등 농산물 수입을 막고 미국 기업을 사전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법' 등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대미 관세가 이미 '0%'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이를 통해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소고기와 쌀 시장의 추가적인 개방, 한국 정밀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구하고 있는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관세 장벽 해소는 국내 반대 여론, 경제 주권 침해 논란 등 파장이 커서 한국으로선 미국과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1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투자 촉진을 위해 현재 25%인 자동차 관세를 머지않은 시점에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혀 국내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5.6.1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미국 요구 수용해도 車·철강 품목관세 우호적 조치는 '요원'

우리나라가 미국의 비관세장벽 해소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해도, 한국 입장에서 절실한 자동차(25%)와 철강·알루미늄(50%) 품목관세에 대한 우호적인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90일의 관세 부과 유예 조치를 시작하고, 각국과의 무역 협상 시작을 알리면서 협상을 통해 조정이 가능한 것은 상호관세 중 국가별로 부과한 관세 요율이라고 못 박은 상태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요율은 25%다. 이는 미국이 무역상대국에 일률적으로 부과한 10% 기본관세에, 국가별 차등 부과한 15%의 관세 요율을 합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합의를 하더라도 무역상대국에 일률적으로 부과한 10%의 기본관세는 유지할 것임을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영국과 첫 무역 합의에 성공한 뒤 "언제나 기본선은 있다"며 "기본적으로 최소 10%의 기준선을 가질 것이고, 그들 중 일부는 수년간 우리에게 해 온 것처럼 훨씬 더 높은 40%, 50%, 6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미 무역에서 적자를 본 영국조차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10% 기본관세' 철폐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트럼프는 또 이번 서한에서 '품목별 관세가 상호 관세와는 별도로 부과된다'고 명시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이를 두고 "미국이 한일의 최우선순위인 '자동차 관세' 등의 완화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메시지"라고 했다. 한일 정부의 가장 큰 목표였던 품목별 관세 철폐·인하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한국이 협상을 통해 낮출 수 있는 상호관세 요율은 최대 15%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의 기본관세는 받아들여야 할 고정값이란 얘기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관세 서한에)품목별 관세는 '별도 유지'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한국이 목표로 삼아온 품목별 관세 인하 협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3주간의 협상기간에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선 조선·에너지 협력과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의 공동투자 및 기술협력을 적극 부각해 단순한 관세 협상을 넘어 양국 경제안보 연대 강화로 협상 방향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