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긴급편성한 1차 추경…재해·재난 실집행률은 17% 불과
5655억 2300만원 지자체에 교부했지만 실집행은 980억원
AI컴퓨팅센터 구축 등은 전액 미집행…정부 "신속집행 독려"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산불 피해 복구와 인공지능(AI) 인프라 강화 등을 목적으로 편성한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집행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로 인해 1조 817억 원에 달하는 시설 피해와 60여 명의 인명 피해, 3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면서 '필수추경'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발 빠르게 예산이 집행되지 못한 셈이다.
4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차 추경에 포함된 재난대책비 6600억 원, 재해대책비 1120억 원 중 지난 5월까지 집행된 금액은 총 980억 600만 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산불이 발생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자 '필수 추경'이라는 이름의 12조 2000억 원 규모 추경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필수 추경은 산불 피해 등 재해·재난, 통상 및 AI 경쟁력 강화, 민생 회복 및 안정이라는 우리 경제의 시급한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1차 추경은 국회 의결 과정을 거치면서 1조 6000억 원 증액돼 13조 8000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분야별로는 △재해·재난 대응 3조 3000억 원 △통상·AI 지원 4조 5000억 원 △민생 지원 5조 1000억 원 △건설경기 보강 등 1조 원 등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 12일 '재정집행 점검회의'를 열고, 재해·재난대책비를 가장 발 빠르게 집행했다고 강조했지만 실집행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5월 재난대책비 4535억 2300만 원, 재해대책비 1120억 원을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했다.
하지만 실제 사업 수혜자들에게 집행된 금액은 재난대책비 931억 500만 원(20.5%), 재해대책비 49억 100만 원(4.4%)에 그쳤다.
교부액(5655억 2300만 원) 대비 재난·재해대책비 실집행률은 17.3%(980억 600만 원)로 전체 예산(7720억 원)의 12.7%에 불과했다.
정부가 서둘러 예산을 지자체에 내려보내더라도 집행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산정책처는 "해당 예산을 교부받아 실제로 사업을 집행하는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 등에서 실집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발표하는 신속집행 실적과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효과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며 "실제 사업 수혜자에게 예산이 전달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실집행 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제 집행이 지연되면서 이재민들이 느끼는 고통이 더욱 컸을 수 있다"며 "정부가 신속집행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재난·재해가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필요한 예산이 적기에 투입될 수 있도록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AI 컴퓨팅센터 구축을 위한 예산 1조 6194억 3800만 원 중 5968억 4800만 원이 교부됐지만, 집행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I 컴퓨팅센터 구축 공모가 계속해서 유찰되면서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5월이 집행 초기였던 만큼 실제 집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5월까지 전체 추경 예산 3조 2000억 원이 집행된 만큼, 7월까지 설정한 집행 목표인 8조 4000억 원(70%)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속집행을 위해 각 부처가 예산을 빠르게 교부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5월은 1차 추경 집행이 시작된 달인 만큼 실집행률이 낮을 수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생 회복을 위해 편성된 예산들의 집행도 지지부진했다.
각 지자체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된 4000억 원은 예산 교부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취약상권 환급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 발행 예산 679억 2500만 원 중 실집행액은 59억 6000만 원(8.8%)에 그쳤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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