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의 악순환…분유 3.4%·조리원 3.9%↑ '육아 인플레이션'

육아 수요 줄자 공급도 위축, 업체는 가격인상으로 대응
"저출생 악순환 끊기 위해 소비 바우처 등 정부 지원 필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5.5.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저출생 고착화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출산·육아 관련 물가는 오히려 치솟는 '육아 인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분유, 산후조리원, 이유식, 아동복 등 필수 육아 품목 가격이 줄줄이 상승하면서 육아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출생에도 육아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수요가 줄자 공급도 덩달아 위축됐고, 업체들이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출산·육아 품목은 '필수재'인 만큼, 저출생 대응을 위해 소비 바우처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분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9%)보다 1.5%포인트(p) 높은 수치다. 분유 물가는 올해 2월 0.6% 상승에서 3월 1.1%, 4월 2.8%, 5월 3.4%로 3개월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분유 출고가 할인 종료, 생산비 증가 등의 요인이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내 분유 시장은 수요 감소로 인해 재편되고 있다. 2022년 LG생활건강은 분유·이유식 사업을 중단했으며, 남양유업과 롯데웰푸드도 일부 제품을 단종시켰다.

산후조리원 이용료는 지난달 기준 전년 동월 대비 3.9% 상승했다. 이 항목은 2014년 11월 이후 10년 반째 꾸준히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22~2024년 산후조리원 점포 수는 연평균 4.0% 줄어든 반면, 카드 결제 1건당 결제 금액은 연평균 23.6% 증가했다. 아동복 역시 같은 기간 판매 점포 수가 4.1% 줄었으나, 카드 결제 1건당 금액은 5.4% 증가했다. 산부인과의 경우 점포 수는 2.3% 늘었지만 카드 결제 1건당 금액은 9.4%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고착화된 저출생으로 육아 관련 수요가 줄면서 공급도 위축되고 업체들은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육아비 부담이 늘고, 이는 또 저출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식 가격도 지난해 8월 출고가 인상으로 11.12% 급등한 이후 현재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품목 가격은 2019년 6월부터 2023년 7월까지 4년여간 변동이 없었으나, 지난해 8월 고기류·채소·계란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을 반영해 가격이 크게 올랐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