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추경 가능할까…전문가들 "서둘러야, 취약층 3월 이후 위기"

與 '핀셋추경' vs 野 '슈퍼추경'…전문가 "자영업자 우선 지원"
추경 규모는 전문가도 "10조 먼저" "30조 대규모로" 의견 갈려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 ⓒ News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와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심화되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추경을 최대한 신속하게 편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추경 편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학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추경 시점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대한 빠르게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며 "이미 1월에 추경에 대한 협의가 완료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며 "추경이 늦어질수록 민생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경제 위기가 심화할 때 우리나라 가계는 보통 3개월 정도 버틴다. 오는 3월부터는 이제 견딜 힘이 없다는 얘기"라며 "오늘 당장 추경을 추진해도 한 달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빠르게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추경이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등 실질적으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편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영업자들은 내수 부진에 이어 고물가·금리 상황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노란우산 폐업공제금은 1조 390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4%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석진 교수는 "현재 자영업자 지원책이 주로 대출 이자 감면 등에 집중돼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증가시켜야 한다"며 "소비 바우처, 민생지원금 등의 직접적인 지원이 자영업자 매출 증대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교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내수 부진에 계엄 여파까지 겹치면서 보릿고개를 건너고 있을 정도"라며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을 추후에 다시 하더라도 자영업자를 위한 추경은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자영업자의 매출 증가 방안뿐만 아니라 전업 지원, 폐업 지원 등도 정부 재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추경 규모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렸다.

정 교수는 "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GDP 1%(24조 원) 이상 추경을 편성해 대응해야 한다"며 "긴축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30조 원 정도의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추경 규모와 관련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p) 높이기 위해서는 약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3년 GDP의 1.2%, 2015년에는 0.9% 규모로 추경을 편성했을 때 경제성장률이 약 0.3%p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2019년에는 GDP 0.3% 규모로 추경을 편성해 경제성장률을 0.1%p 끌어올렸다.

우 교수는 "지금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본예산에서 감액한 4조 1000억 원에 계엄 사태 여파로 감소한 GDP 6조 원 등을 더하면 약 10조 원이 급하게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20조 원이 넘는 추경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 시내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가 게시돼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정치권에서도 일단 신속한 추경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이날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추경 편성의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에 대해 논의한다.

다만 여야는 추경의 구체적인 항목, 대상과 관련해 의견차를 보인다.

국민의힘은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 꼭 필요한 분야에만 선별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핀셋 추경'을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소비 쿠폰 지급 등을 포함한 35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제안했다.

또 여당은 편성 시기에 대해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서는 즉각 편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향후 협의회에서 양측의 진통이 예상된다.

이외에 추경이 본래의 목적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 교수는 "지금 추경 규모보다는 추경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해져야 한다"며 "반도체, AI, 에너지 등은 추경의 목적과 맞지 않다. 추경은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하는 만큼 자영업자 지원과 같은 정확한 목적을 세운 후 규모를 추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