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트럼프 타깃 될까…"관세 때린 뒤 청구서 보낼 듯"
트럼프 취임과 함께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각서 서명
'보편관세' 빌드업 후 협상 전략…韓 자동차·농산품 타격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식 직후 '미국의 대외 무역협상을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검토하라'는 내용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우방이나 동맹 여부도 관계없이 철저히 미국의 이익만을 좇아 기존 체결한 무역협정도 다시 재협상할 수 있다는 뜻으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무역 상대국과의 압박 카드로 먼저 '보편관세'를 꺼내 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FTA나 WTO(세계무역기구) 규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지만, 상대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데는 효과적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24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각서에 서명했다. 이 각서에는 무역 사령탑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기존 무역협정과 부문별 무역 협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는 또 USTR 대표에게 재무장관·상무장관·무역제조업 선임고문과 협의해 다른 국가와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검토하고, 식별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대규모 무역 적자의 원인과 이 문제가 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위험을 조사하고, 무역 적자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추가 관세나 다른 정책적인 조치도 권고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트럼프 1기 때처럼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특정 제품 수입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직접 타깃이 된 나라는 북미 접경국인 캐나다·멕시코다. 트럼프는 이들과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거론하며 USTR에 이 협정이 미국 노동자와 농부, 목장주, 서비스 제공자, 기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라고 했다.
또 중국을 직접 언급하며 상무장관과 USTR에는 중국의 항구적이고 정상적인 무역 관계(PNTR) 지위를 박탈한다는 내용의 입법 제안을 검토하고 평가하라고 요구했다.
각서에 한국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기존 무역협정의 하나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또한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1278억 달러, 무역흑자 557억 달러로 모두 사상 최대였다. 무역흑자는 전년보다 25% 급증했고, 2020년(166억 달러)보다는 3배 이상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을 상대로 흑자를 내는 '공정 무역'에 반하는 국가인 셈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당장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할 경우 자동차·농식품 분야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기 취임 첫해에도 한미 FTA의 폐기를 위협하며 재협상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에도 자동차 분야 협상이 주된 논쟁거리였다. 이듬해 발표된 개정 협상 결과문에는 미국산 화물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 기간을 20년 연장하고, 미국의 안전기준을 준수하면 한국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자동차 물량 확대 등 내용이 담겼다.
한국은 '투자자·국가분쟁 해결제도(ISDS)' 소송 남발 제한, 덤핑과 상계관세율 계산 방식 공개 등을 챙겼다.
농식품 분야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원유 등 수입 규모가 큰 에너지 품목은 이미 한국이 대미 수입품 1위(약 123억 달러)로, 더 이상 수입량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조품 역시 수입이 힘든데, 2023년 기준 미국 GDP에서 제조업 비율은 11% 정도에 불과할 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
반면 농식품은 수입 여력과 수요가 여전히 높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미국산 농식품 수입은 연평균 5.3%씩 늘어날 정도로 꾸준히 증가했다. 또 미국 농식품 수출 통계를 보면 한국은 미국의 농식품 수출 상위 6위 국가에 올랐는데, 미국에서는 중국을 대신해 추가적인 구매력 있는 시장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한·미 FTA 협상이 현실화한다면, 단순히 개개 상품군에서의 양보 정도가 아닌 전체 판을 흔드는 수준의 요구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제전략연구단 연구위원은 "일단 폭탄 관세를 때려놓고 상대국의 반응을 봐가면서 협상테이블로 끌어내 무언가 요구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결국 트럼프는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또 재협상을 하더라도 개개 상품 관세뿐 아니라 다른 규범, 챕터 쪽에서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럴 경우 단순히 한미 FTA 트랙이 아니라 그냥 보편관세든, 어떤 특정 산업이나 품목에 아예 표적 관세를 매기는 그런 방식을 채택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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