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직업 따라 양육지원금 '최대 5000만원 차이'…"역진적 재분배 우려"
강원 3000만원, 서울은 0원…육아휴직 지원금 합치면 차이 더 커져
"소득 적은데 덜 받는 제도 재구조화해야"…정부, 심층평가 진행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녀 출산·양육시 지급하는 지원금이 취업 여부, 지역 등에 따라 최대 5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적을수록 오히려 적게 받고, 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받는 역진적 재분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정책의 효과도 분명치 않아 현금성 양육 지원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자녀 양육 가정을 위한 현금 지원 정책의 현황과 한계' 보고서에서 이처럼 밝혔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자녀양육 가정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원 정책은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육아휴직급여, 지방자치단체의 출산지원금 사업 등이 있다.
지난해 기준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7개 지역이 출산지원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그중 지원금이 가장 많은 곳은 강원도로, 아이 한 명당 95개월에 걸쳐 총 3000만 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기초지자체 225개 중 86.7%(195개) 지자체가 출산지원금 사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기초지자체가 출산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서울과 대구의 기초지자체 중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곳은 각각 28%와 50%에 그쳤다. 지원금 규모는 지역과 출생 순위에 따라 최소 10만 원에서 5040만 원까지 편차가 컸다.
여기에 직업이 있는 경우에만 받는 부모육아 휴직급여를 합치면 지자체와 직업 유무에 따라 지원금 총액 차이가 최대 5배에 이르렀다.
보사연이 2023년 정책 기준으로 추산한 시나리오상 강원도에서 가장 지원금이 많은 기초지자체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 가정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1년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6150만 원이었다. 반면 광역·기초지자체 지원이 없는 서울시의 자치구에서 거주하며, 부부 모두 직업이 없는 경우는 1년 수령액이 960만 원에 그쳤다. 직업 유무와 거주 지역에 따라 5000만 원 이상 차이가 벌어지는 셈이다. 올해 부모육아 휴직급여 특례제도가 '3+3'에서 '6+6'으로 확대된 만큼 차이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보사연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자녀 양육 가정을 위한 현금 지원 제도들의 첫 번째 한계는 출산과 육아라는 같은 사회적 위험에 대해 가정마다 받는 급여의 편차가 매우 심하고, 역진적 재분배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지자체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출산지원금 사업은 정책 목표가 모호하고, 정책 효과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육아 휴직이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봉급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에서는 쉽게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역진적 재분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보사연은 "경제적 수준이 낮은 가정일수록 출산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고, 자녀 양육을 위해 더 많은 경제력이 필요한데, 현금 급여마저 역진적 재분배를 발생시키도록 설계된다면 저소득층 가정은 출산을 더 회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진적 재분배의 가능성을 개선하고, 사는 지역이나 고용 상태에 상관없이 누구나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실업과 소득 상실의 위험 속에서 적정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저출생 정책의 중심을 '양육'에서 '일·가정 양립'으로 옮기고 있는 정부는 현금성 양육 지원 정책과 지자체의 현금 지원 사업의 구조조정과 재구조화를 위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인구정책평가센터에 1차로 현금 지원을 포함한 양육예산에 대해서 심층평가를 의뢰했다"며 "올 하반기에는 가장 논란이 많은 지자체의 현금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평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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