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 차별 손해배상해야"…'채용형 인턴' 도입 발전공기업들 속앓이
가스공사 직원 차별 인정 판례에 한전·한수원 노조 등 줄소송
'성과급 반납·인력감축·사업소 통폐합' 자구안 추진 악영향 우려
- 심언기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를 도입헀던 발전공기업들이 정규직과의 차별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직원들의 민사 소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년일자리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인턴 채용을 장려했는데, 이들이 성과급과 경력 등의 차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줄소송에 나서고 있어서다. 발전공기업들이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직원 성과급 반납 등을 논의 중인 상황과 맞물려 노사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 노조들은 올초부터 순차적으로 회사를 상대로 차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 직원 3802명은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 회사를 상대로 '차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4000여 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집단소송에 나섰지만 소가는 5억3256만원으로 크지 않다. 다만 향후 후속 소송도 이어질 수 있어 회사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수원 직원 2490명도 지난달 15일 1인당 10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총 24억9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남동발전과 동부발전, 중부발전 등 발전노조 소속 126명은 지난 5월 각사를 상대로 총 10억1400여 만원의 차별 손해배상 집단 손배소에 나섰고, 남동발전 노조 소속 615명은 별개로 6억1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회사를 상대로 제기했다.
발전공기업 직원들의 잇따른 차별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집단소송 발발 원인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가 청년인턴 채용을 적극 장려하면서 공기업들은 채용연계형 인턴을 대거 선발하기 시작했다. 채용연계형 인턴 채용 러시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며 정부 기조가 바뀐 2018년까지 이어졌다.
인턴 선발자들은 3~6개월가량의 인턴을 거쳐 80~90%가량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들은 인턴 기간 고정상여금을 받지 못했고, 경력에도 이 기간이 누락되며 호봉, 승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됐다.
이에 가스공사 소속 직원 280명이 2020년 소송에 나섰고, 2022년 1심 법원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며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가스공사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자 이와 유사한 채용 방식을 거친 발전공기업 직원들이 올해부터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게 된 것이다.
발전공기업들은 줄소송에 난처한 입장이다. 에너지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구조로 천문학적 부채를 떠안은 발전공기업들의 모기업 한전이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간 갈등 요인까지 부상하며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됐다.
현재 한전은 당정의 강력한 자구안 실행 압박에 간부급 직원들의 성과급 반납에 이어 차장 이하 사원들의 성과급 추가 반납을 논의 중이다. 아울러 희망퇴직 등 인력감축과 사업소 통·폐합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같은 자구안 추진으로 직원 불만이 점증하는 시점에 집단 손배소 문제까지 얽힐 경우 갈등이 크게 분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발전공기업들은 각 사별로 발전노조, 전력노조, 자체 노조 등 2~3개 노조가 난립해 있어 노사 갈등 상황 발생시 봉합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불이익을 바로잡겠다는 직원들의 입장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면서도 "해당자들은 대부분 차장급 이하인데, 희망퇴직이나 인력감축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노사(勞-社)뿐 아니라 노노(勞-勞)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진 않을지 걱정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직원들이 승소한 가스공사 선행 판례가 있는 만큼 후속 소송들에서도 사측이 패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전력노조를 중심으로 한 발전공기업들이 먼저 송사에 돌입했지만 향후 채용연계형 인턴제를 시행했던 공기업 전반으로 손배소송이 확대될 가능성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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