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경고 처분인데 박찬구는 檢고발…공정위 "굉장히 심각"

역대 지정자료 허위제출 16건 중 5건만 고발…나머진 경고
"1년, 2년 누락한 것 아냐…이런 경우 흔치 않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지난 2014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위해 법정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4.1.16/뉴스1

(세종=뉴스1) 이철 기자

"사실 저희가 고발한 건(중)에서도 이 정도의 건은 굉장히 심각한 겁니다".(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

공정거래위원회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지정자료 허위제출'로 검찰에 고발한 가장 큰 이유는 사안의 심각성이다.

9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가 2020년 9월 고발지침 지정 이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정자료 허위제출 건으로 기업 총수(동일인)를 고발·경고 처분한 것은 총 16건이다.

이 중 고발까지 진행된 것은 이번 박 회장 건을 포함해 총 5건이다.

박 회장 이전에는 김상열 전 호반건설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이호진 전 태광 회장 등이 고발 조치를 받았다.

반면 같은기간 경고는 총 10건, 아직 의결서가 나오지 않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관련 건까지 하면 11건이다.

고의로 허위자료를 제출하거나, 누락된 회사가 많지 않은 이상 경고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더 많은 셈이다.

박 회장은 2018년~2021년 친족(처남 일가)이 지분 100%를 보유한 지노모터스, 지노무역, 정진물류, 제이에스퍼시픽 등 4개사를 누락한 거짓자료를 제출했다. 지노모터스와 지노무역은 첫째 처남, 정진물류와 제이에스퍼시픽은 둘째 처남이 소유한 회사다.

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금호석유화학' 동일인의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에 대한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3.3.8/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이번 공정위 처분에 대해 금호석화는 "2016년 갑작스러운 계열분리 및 대기업집단지정으로 실무자가 법령상 계열회사 혼동으로 누락된 사항"이라며 "금호석화 및 계열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임을 공정위에도 인정해 친족독립경영 인정을 통해 계열제외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금호석화 측 주장과 달리 이번 사건이 다른 건과 비교해 법 위반 정도가 심각하다고 봤다.

우선 공정위는 금호석화의 '실무자 실수' 주장과는 달리 박 회장이 누락 회사의 존재를 인지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박 회장이 지정자료에 대해 직접 보고받고 인감날인 및 자필서명을 해 온 것을 고려할 때 해당 자료의 허위제출에 대한 인식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금호석화 지정자료 제출담당자 역시 최초 지정(2016년) 당시부터 해당 친족들이 누락된 4개사를 보유하고 있음을 인지했다고 봤다.

특히 공정위 조사 결과 일부 회사는 누락기간이 최장 6년에 달했다.

민 과장은 "만약에 1년이나 2년 자료제출을 누락했으면, 사실 아무 문제없이 아마 '경고' 처분이 됐을 것"이라며 "그런데 박 회장도 알고, 임원도 알고, 직원도 아는, 그런 회사의 존재를 누락했고 그것이 1~2년이 아니라 매우 오랜 기간 지속이 된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보도자료) 맨 마지막에 '지정자료 제출 의무를 경시했다'고 썼는데 이것을 괜히 쓴 것이 아니다"라며 "이 정도로 (박 회장이) 방기·경시한 경우는 사실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친족독립경영 여부도 마찬가지다. 지노모터스와 지노무역은 2021년 7월, 정진물류는 2022년 3월에 계열 분리됐다. 제이에스퍼시픽은 2018년 12월 청산종결됐다.

공정위가 자료제출을 문제삼는 기간은 2018~2021년이라 친족 분리와는 관계가 없다.

민 과장은 "일단 (금호석화그룹의) 계열회사로 들어왔다가 독립경영요건을 충족하면 신청을 해서 (계열 분리돼) 나가는 구조로 진행돼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건은 계열사 자체로 포함이 안 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우리는 친족독립경영이 될 것이니까 계열회사로 편입하지 말자'는 식으로 되면 기업집단 시책 자체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공정위는 금호석화 측의 조사 비협조도 비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21년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친족회사를 확인해달라고 했지만 (금호석화는) 정진물류를 누락해 제출했다"며 "그 이후 현장조사에서 정진물류를(존재를)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 정진물류에 대한 설립연도, 주주 현황, 등기부등본, 임원 현황 등 자료제출 요구를 계속했다"며 "하지만 (금호석화 측은) 그것을 계속 지연하면서 거의 6개월 이후에 제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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