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무역적자 韓…'中 리오프닝' 반등 기회 될까
중,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반도체 등 수출 반등 기대
미-중 경제패권 다툼 등 회의론 비등, 한은도 "영향 미미"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1년째 이어지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 늪에서 헤쳐 나갈 뚜렷한 방도가 보이질 않는다. 우리 경제의 핵심동력인 수출도 5개월째 쪼그라들었는데, 그 중심에는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경기 둔화와 대(對)중 교역 감소가 있다.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즉 중국이 경제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우리 무역수지 개선에도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비등하다. 경기회복이 이뤄지더라도 과거 중국의 투자 중심 성장기 평균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대중 압박 강화에 따른 영향으로 크게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이유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 달 우리나라 수출은 501억달러, 수입은 554억달러로 무역수지는 5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월(126억5100만달러)보다 규모가 크게 줄기는 했지만, 적자는 1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1년째 이어지는 무역수지 적자의 주된 원인은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입액 증가와 대중 교역 축소 영향이다.
에너지 수입액이 전월보다 19.7% 늘면서 전체 수입액도 전년 동기 대비 3.6%나 올랐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153억달러(전월대비 56억달러 증가)로, 여전히 큰 규모를 유지했다. 최근 10년간(2013~2022년 2월 평균) 이들 3대 에너지 수입액이 97억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1.5배를 상회하는 규모다.
여기까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른바 '차이나발 리스크'가 무역수지를 더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4.6%'.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수치에서 드러나듯 우리나라와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지난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교역규모는 63억달러에서 2021년 3015억달러로 무려 46배나 증가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주요 수출 및 수입 상대국 분석 결과를 봐도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수출국 1위는 단연 중국이었다.
그해 수출액은 1326억달러를 기록했는데, 당시 환율로 한화 약 173조원을 넘는 금액이다. 2위인 미국(741억달러, 약 95조원)과 비교해도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나라가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중국과의 수교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랬던 대중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8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타격이 가장 크다. 대중 반도체 수출은 2022년 11월 전년 동기 대비 –35.6%에서 2022년 12월 –36.8%, 2023년 1월 –46.2%까지 확대됐다.
대중 수출 감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령 등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한 영향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으로 인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등도 한 영향이다.
이런 상황 속 올해 중국이 리오프닝에 나서면서 우리 무역수지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대중 수출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입액 증가를 상쇄해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해석이다.
반대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비등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공개한 'BOK 이슈노트 :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0%로 기존 전망치(4.5%) 대비 개선된 데 따른 우리나라의 성장률 제고 효과는 0.1%p로 추산했다. 또 중국의 성장률이 지난해 3.0%에서 올해 5.0%(전망치)로 상승함에 따른 우리 성장률 제고 효과도 0.3%p 내외로 봤다.
중국의 경제 회복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효과가 과거에 비해 높지 않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과거에는 중국 경제가 1%p 더 성장하면 우리나라는 0.2~0.25%p 더 성장한다고 봤는데, 최근에는 그 절반 정도 효과에 불과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중수출의 경우 하반기 이후 점차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글로벌 IT 경기 둔화, 중국의 높은 제조업 재고 수준, 중간재 자급률 상승이 대중 재화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또 다른 회의론의 원인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다. 중국 경기가 살아나도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핵심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살아날 가능성은 요원하다.
미국이 특별한 허가 없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에 제조·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등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 속 중국이 첨단 반도체의 자국 생산 확대를 추진하는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도 이전과 같은 수출 구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당장 지난달 28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과학법 보조금 지급 기준을 담은 지원공고(NOFO)를 보면 한국기업에 '독소조항'이 될 수 있는 요건들이 많다. 여러 조건 중에서도 심각한 조항은 중국에 향후 10년 동안 반도체 생산시설 증설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중국시장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운영하는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전체 생산량의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에서 전체 물량의 50%를 만든다. 일거에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우리 반도체 업계는 미 반도체지원법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관해 현 단계에서 예단하지 않고 미 정부와 협의를 하면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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