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금융·항공까지…'기업 저승사자' 공정위의 부활
과점 시장 불공정 약관, 전방위 점검
尹정부 초기와 달라진 위상…'경제 검찰' 활동폭 넓힌다
- 이철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보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윤 대통령의 독과점 방지 강조에 따라 기존 온라인 플랫폼을 비롯해 이동통신, 금융, 항공 등 과점시장으로 감시망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불공정 약관 전방위 조사…과점시장 폐해 보완
26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온라인 플랫폼 등 신산업에 이어 이동통신, 금융, 항공 등 이미 과점 체제가 고착화된 시장에 대한 감시망도 확대하고 있다.
우선 공정위는 올해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시장의 경쟁 상황, 규제 현황을 분석하고 경쟁 촉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는 대리점·판매점 추가지원금 상한(현재 15%) 확대 등 관련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도 협의할 계획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과점 시장이다. 그 외 알뜰폰 업체들이 3사의 통신망을 빌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일반적으로 공정거래법 등 소관 법률 위반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 주 업무다. 여기에 공정위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는 '약관' 심사다.
공정위는 이동통신과 IPTV 서비스 사업자가 연속 2시간(IPTV는 연속 3시간) 이상의 서비스 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소비자에게 배상책임을 지도록 한 불공정 약관도 시정할 계획이다.
또 은행, 상호저축은행, 금융투자업자,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이 사용하는 약관을 심사해 소비자에게 불이익한 약관 조항에 대해서는 금융위(금감원)에 시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외에 항공업계의 경우 마일리지 제도가 소비자에게 공정한 방향으로 개편될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완료되는 경우 양사의 마일리지 통합 방안에 대해 소비자 후생 저해 여부 등도 심사할 예정이다.
◇새정부 초기 '개점휴업'이었는데…"분위기 달라졌다"
공정위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4개월간 위원장을 인선하지 못하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당시 공정위 내·외부에서는 공정위가 '기업 저승사자'로 불렸던 문재인 정부 당시에 비해 대폭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공정위 한 직원은 "사실 그때는 새정부가 어떠한 기조로 공정위를 운영할 것인지 알지 못해 의사결정 등에 한계가 있었다"며 "초대 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직원들의 분위기도 다소 침체됐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중단 사태가 일어난 후 윤 대통령이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어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법무부와 함께 진행하고, 윤 대통령이 "공정위는 경제부처가 아니다. 경제사법기관이 돼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지난 23일에는 한기정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금융·통신 분야의 경쟁 활성화 방안을 보고하고, 윤 대통령도 "과점 체제의 지대추구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확실히 강구하라"고 지시하면서 공정위는 향후 다양한 산업군으로 영향력을 확장할 전망이다.
또다른 공정위 직원은 "사실 상황이 이렇게 바뀔지 몰랐다"면서도 "할 일이 비교적 명확하게 정해지니 직원들도 더 의욕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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