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배출가스 담합' 벤츠·BMW·아우디에 과징금 423억

요소수 충전주기·분사량 등 합의…폭스바겐은 시정조치
R&D 담합 제재 최초사례…"더 뛰어난 기술개발 막았다"

신동열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독일 승용차 제조사들의 배출 가스 저감 기술 관련 담합 행위 적발·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3.2.9/뉴스1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경유 승용차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더 줄일 수 있음에도 요소수 분사량을 줄여 일정 수준에서 멈추기로 담합한 벤츠, BMW, 아우디에 과징금 423억원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벤츠, 아우디, BMW, 폭스바겐 등 4사에 과징금 총 423억72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9일 밝혔다.

회사별 과징금은 △메르세데스-벤츠 207억4300만원 △BMW 156억5600만원 △아우디 59억7300만원이다.

다만 폭스바겐은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부과됐다. 담합해 만든 승용차를 국내에서 판매한 적이 없어 과징금을 산정할 수 없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4사는 2006년 6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개최된 '소프트웨어 기능회의' 등을 통해 SCR 소프트웨어의 요소수 분사전략을 공동으로 논의하면서 "질소산화물을 항상 최대로 저감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4개사는 요소수 탱크 크기, 요소수 충전 주기, 요소수 소비량 감소 등을 합의했다. 이 중 요소수 탱크 크기의 경우 합의가 파기됐지만 충전주기와 소비량 감소 합의는 계속 유지됐다. 4사는 합의 내용이 반영된 SCR 소프트웨어를 탑제해 경유 승용차를 2014년부터 판매했다.

질소산화물은 자동차 엔진이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주로 형성되는 독성가스다. 천식, 호흡기 이상, 폐기능 저하, 폐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1992년 '유로1'이라는 자동차 대기오염 물질 배출 관련 제도를 처음 시행한 뒤 '유로6'까지 계속해서 제도를 강화해왔다.

한국도 2014년 시행된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에서 이전(0.18g/km)보다 2배 이상 질소산화물 규제를 강화했다.

신동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규제는 2014년부터 시행됐지만 규제가 시행될 것을 미리 예고한다"며 "담합 행위가 이루어질 때(2006년)도 이미 규제가 강화된다고 알려져 있던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4사는 당시 업계에서 사용했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및 질소산화물 포집장치(LNT 또는 NSC)로는 강화될 규제를 충족할 수 없고 '선택적 촉매환원(SCR) 시스템'과 같은 후처리장치를 사용해야만 규제 충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 News1 장수영

SCR 시스템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공급해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정화하는 장치다.

요소수를 최대로 쓰면 질소산화물 배출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요소수 사용량이 많아진다. 이에 4사는 요소수 분사량을 배출규제에 걸리지 않는 정도까지만 줄이기로 합의하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신 국장은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요소수 탱크가 커지면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무게도 나가서 연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요소수 탱크는 가능한 작으면 좋다"며 "그런데 또 요소수 탱크가 너무 작으면 소비자들이 수시로 보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소수 보충 주기는 1만km로 정했는데 탱크는 줄이고 싶고, 그러면 결론은 요소수 소비량이 적게 나오도록 하면 되는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를 요소수 분사가 적게 되는 방식으로 만드는 것으로 (담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재는 연구개발(R&D)과 관련된 사업자들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한 최초 사례다.

신 국장은 "4사의 행위는 보다 뛰어난 질소산화물 저감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유 승용차의 개발·출시를 막은 경쟁제한적 합의"라며 "합의 결과로 탄생한 SCR 소프트웨어 기본기능은 BMW를 제외한 3개사의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건(디젤게이트)이 발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왜 질소산화물을 최대치로 저감하지 않았느냐'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라며 "'왜 합의해서 최대치로 저감하게 경쟁을 안 했느냐', 그 부분이 담합의 핵심이다. 각사가 개별적으로 판단했으면 문제삼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