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1%대 내년 성장 전망…"대외 여건 따라 둔화폭 변동"

부진한 수출·내수…한은, 주요 IB 등 앞다퉈 성장 전망 낮춰
코로나19·세계 경제 물가 등 대외 여건, 내년도 경제 향방 가를 듯

9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서 화물차들이 컨테이너를 나르고 있다. 2022.1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 속 수출, 내수 악화로 암울한 경제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내년도 경제 성장률이 1%대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주요국 통화정책 등 대외 여건에 따라 둔화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2일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를 살펴보면, 이들은 앞다퉈 '더 낮은'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수정 경제 전망'을 내놓고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7%로 제시했다. 지난 8월 제시했던 2.1%보다 0.4%포인트(p) 하향 조정한 것이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이보다 낮은 1% 초반대 전망치를 내놨다. 지난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 9곳(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 씨티,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노무라, UBS)은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을 평균 1.1%로 예측했다. 지난 10월 말 전망치 평균(1.4%)에서 0.3%p 낮춘 수치다. 그중 노무라 증권은 -1.3%를 예측해 역성장을 전망하기도 했다.

이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도 성장률을 1.8%로 낮췄고, 지난 6월 2.5%의 전망치를 내놨던 정부마저 1%대의 '현실적' 전망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한국 경제의 동력인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올 하반기 그나마 성장을 지탱하던 내수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1월 수출은 519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이어지는 고물가 현상 속에 소비 역시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KDI 발표에 따르면 11월 전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로 88.8이었던 10월에 이어 기준치(100)보다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내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져 왔다"며 "수출이 한국에 중요한 성장 동력인데, 반도체 사이클이나 중국 경기 등 한국에 유리하게 주어졌던 환경들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에서 23일 방역요원들이 방역복을 입고 봉쇄된 주택가에서 이동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전문가들은 내년도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지만, 대외 여건에 따라 하강 폭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과 세계 경제 물가 상승, 주요국 금리 수준, 중국 경제 등 외부 요인이 주된 변수라는 것이다.

지난 7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대외 여건이 더 악화하면 0%대 성장률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주요국 통화긴축 향방 및 중국 봉쇄조치 완화 시점 등에 따라 내년 하반기 회복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하 교수는 "내년 경제 여건이 나쁜 쪽 일변도로 가지는 않을 수 있다"며 중국 봉쇄 완화와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따라 반등 여건이 있다고 예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가 풀린다는 기대가 유효하려면 일단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멈춰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외 인플레이션이 (대외 여건에 있어) 가장 불안하다"면서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면 미국 등의 금리가 계속 오르는데, 그러면 경기 확장이 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억제돼야 한다"고 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