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금융 'D-' 성적 받은 한은…국제기구 권고 정책 80% '검토 중'
한은, 작년 10월 기후변화 대응책 발표…1년 후 조치사항에 큰 변화 없어
장혜영 의원 "해외와 격차 벌어져 우려…기후 관련 제도 도입 서둘러야"
- 김성은 기자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국제 비영리단체로부터 녹색금융 분야에서 'D-'의 성적표를 받고도 기후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은은 친환경 부문으로 자금 공급을 유도하고 외화자산 운용에 있어서도 친환경 투자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국제기구가 권고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약 80%를 한은이 2년째 계속 검토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후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한은은 녹색금융네트워크(NGFS, 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가 제시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중앙은행의 일반적인 정책수단' 14개 가운데 현재 11개(79%)를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NGFS는 기후·환경 관련 금융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전 세계 48개 중앙은행과 감독기구가 참여해 2017년 12월 설립한 논의체다. NGFS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여신제도 △담보설정 △자산운용 △감독권한 등 총 4개 부문에서 14가지 정책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한은은 이 가운데 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부문에서 모두 검토 단계에 머무른 것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19년 11월 NGFS 회원으로 가입하며 "기후 및 환경 관련 금융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기후변화 대응 방향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리스크에 취약한 자산을 매입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네거티브 스크리닝'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외화자산 투자 등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한은의 ESG 관련 자산 투자 규모는 2021년 말 기준 90억2000만달러로 전년 말 대비 35억7000만달러(65.5%) 늘었다. 지난 2월부터는 국제결제은행(BIS)이 각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조성하는 '그린본드 펀드'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한은은 조직 내부에 기후리스크 연구반을 신설해 기후변화 관련 연구를 총괄토록 했으며 온실가스 감축 전담 직원도 배치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후변화를 고려한 스트레스 테스트, 녹색금융, 국내 금융기관의 대응 현황과 같은 조사 연구와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해 대응해나가고 있다"며 "기후 대응에 있어서 전 세계 공조가 중요한 만큼 녹색금융 활성화와 금융 취약성 분석,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 공시 제도, 정책 수단 강구와 관련한 국제기구 산하 5개 워킹 그룹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친환경 부문으로의 자금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외화자산 운용 시에도 ESG 평가 요소를 반영한 투자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기후 관련 연구 자료를 한은 블로그, 뉴스레터 등을 통해 일반인과 공유함으로써 기후 커뮤니케이션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 의원은 지난해 10월 한은의 기후변화 대응 방향 발표 이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NGFS 권고 정책에 대한 한은의 조치 사항이 크게 달라진 바 없다고 꼬집었다. NGFS가 제시하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 수단 도입에 한은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를 촉진시키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포지티브머니'(Positive Money)는 지난해 11월 한은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D-' 평가를 주기도 했다. 당시 한은의 총점은 17점으로 △연구 및 홍보 부문에서는 10점 만점 중 10점을 받았으나 △통화정책 부문에선 50점 만점 중 0점 △금융정책 부문에선 50점 만점 중 6점 △모범사례 부문에선 20점 만점 중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앞서 같은 해 3월 평가에서도 한은은 11점으로 'D-' 평가를 받았다.
지난 3월 평가와 비교해 △프랑스는 43점→52점 △이탈리아는 31점→45점 △독일은 29점→44점 등으로 큰 폭 상승했으나 한은은 6점 오르는 데 그쳐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중앙은행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정책을 전환할 경우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高)탄소 배출 기업과 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급작스럽게 거둬들일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전 세계 주요국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금융 대응에 속도를 내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지나치게 연구에만 몰두해서는 안된다는 게 장 의원의 지적이다.
한은 역시 지난해 12월 발표한 '기후변화 이행리스크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2050년경 국내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2020년 대비 2.6~5.8%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은행들이 이행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지 않을 경우 이에 취약한 자산에 부실이 발생해 큰 폭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장 의원은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지고 해외 중앙은행들과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한은이 프랑스 중앙은행 등의 사례를 참고해 기후 관련 양적·질적 자체 규제 강화와 금융배출량 공시 의무화, 기후 리스크 통합 관리 등 제도 도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se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