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두는 에너지 대전환…'탈원전 백지화'→'친원전' 효율적 대안은?

[尹정부 과제] ⑭ 원전 비중 늘어날 '윤석열표' 에너지 믹스…시스템 재정비 '우선'
신규원전·계속운전 등 멈춘 원전 사업 '정상화'도…각계 소통도 필요해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5년의 청사진을 그릴 시간이다. 이 시기 만들어진 정책 구상을 통해 향후 윤 정부의 성패를 상당부분 가늠할 수 있다. 윤 정부가 이끌 핵심 정책과제들이 시작될 현재 지형을 파악하고 올바른 목적지를 향해야 한다. 로드맵이 중요하다. 뉴스1은 윤 정부 5년을 좌우할 핵심 정책의 성공을 위한 제언을 20차례에 걸쳐 싣는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2.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탈원전 백지화냐, 감(減)원전이냐." 대선기간 동안 '원자력 발전' 정책을 두고 여야 후보들은 각기 다른 방법론을 내세우며 맞붙었다. 두 후보 모두 탄소중립에 대한 시대정신에는 공감했지만, 원전 '감축'과 '육성'이란 방향성에서는 확연한 온도차를 보였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에서 기인하면서다. 실제 지난 5년간 여야는 에너지 정책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며 소모적 논쟁을 거듭해왔고, 이 대립은 대선으로까지 이어져왔다.

'탈원전 백지화'를 공약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를 이끌게 된 만큼, 에너지 전환 정책 역시 현재와는 180도 다른 새로운 방향성을 가지게 됐다. 이에 에너지 학계·업계 등에서는 지지부진한 이념 대립을 뒤로 하고 과학적인 판단 아래 현실적인 에너지 로드맵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을 제기한다. 글로벌 화두인 에너지 대전환을 '한국형 에너지 믹스'로 실현해 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 풍력보다 적어…가격 역시 저렴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원전을 대폭 축소하는 정책을 구상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원 보유 수준이나 에너지 대란 등을 고려할 때 원전을 배제한 에너지 대전환 실현은 어려운 상황이다.

원전이 탄소중립 실천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근거로는 저렴한 비용과 적은 탄소배출이 꼽힌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력 1kWh당 12g으로 11~12g가량인 풍력에 비해서도 적다. 가격 역시 저렴하다. 실제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의 전력통계월보에서 원전 구입단가는 56.27원으로 나타나며 2015년 이후 7년 동안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꼽혔다.

이 밖에도 에너지 안보 강화 측면과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소형모듈원전) 사업을 통해 전기 생산, 대형 선박 추진체 등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새 정부는 원전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 복원을 공약해 온 만큼, 차세대 원전을 적극 개발하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원자력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서울대 공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 인수위, 원전 가동률 상향안 공식화…시스템·내실 재정비 필요성 대두

최근 인수위에서도 현재 70% 수준인 원전 가동률을 80~90% 상향할 것을 공식화한 바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시스템과 내실을 재정비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부처 간 칸막이부터 없앤 후 원자력정책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함으로 에너지 기본계획 및 전력수급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위에서 관련 부처들이 속속 윤 당선인의 새로운 '에너지 믹스' 정책을 반영하겠다고 업무보고에서 밝혀 온 만큼,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원전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급선무다.

특히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논의되어야 한다. 원안위는 지난 5년간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매여있었다는 지적을 최근에서야 인정했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개최된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 추진 세미나'에서 조정아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 "원안위는 아직 선진국 수준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국민적 신뢰도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독립성 확보를 위해 대통령 소속 기관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원전 비중 높인 '에너지믹스' 정책 추진…신규원전·계속운전 복귀돼야

학계에서는 원전 비중을 높인 '에너지믹스' 정책 추진을 꾸준히 언급해 왔다. 지난해 8월 에너지믹스 특별위원회도 '에너지믹스 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래의 에너지믹스와 관련 "전력시스템 비용과 탄소배출량 측면에서 원자력 확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비해 합리적"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특위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고정(50% 또는 80%)한 경우 원자력 비중 증가가 탄소배출 발전비용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며 "원전의 부하추종운전이나 기술발전을 고려할 시 탄소배출 저감비용의 추가 감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원전 비중을 높인 에너지믹스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인수위에 건의했다. 원자력학회는 새 정부의 취임 첫 해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워야 하는 만큼 제 10차 계획에서 원전의 역할이 다시 평가되고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신규원전과 계속운전이 복귀되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학회는 원자력 산업체계의 복원과 탄소중립의 효과적 실현을 위한 현안으로 △신한울 3·4호기 즉시 건설 재개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즉각 추진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 위한 법제 마련 등을 제언했다.

특히 고리 2호기의 경우 운전허가 종료까지 불과 1년도 채 남지 않아 운전 공백기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즉각 추진이 필요하다. 계속운전을 위한 허가신청과 보수를 시작해도 최소 1~2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2.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효율적 에너지믹스 정책이 '탄소중립' 달성의 키(Key)…국민 소통도 늘려야

에너지 대전환은 글로벌 화두다. 윤 당선인이 '탈원전 백지화'를 선언한 이후 새로운 정부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에너지믹스 정책을 이끌어 나갈지가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선진국도 자국 내 자원과 가용 가능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탄소중립 전략 달성을 위해 더욱 촘촘한 에너지믹스 정책을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한 후 현장에서 수용이 원활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하고 보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또 연구자와 현장의 사업 목표를 공유하고, 연구의 방향성을 논의할 기술교류회와 같은 정례적 소통의 장도 필요하다.

아울러 일각에선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해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소모적 논쟁이 지속되어 오면서 쌓인 원전에 대한 불신을 줄여 나갈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강화도 필요하단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출신이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폐기에 앞장서 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회의원은 "탈원전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국가와 전문가에 대한 신뢰 부족과 폐쇄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제라도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원전 관리를 위해 어떻게 기술적·제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소통해야 한다"며 "원자력계 또한 국민이 원자력에 대해 합리적·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전달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