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공기업 입사 바늘구멍…적자 행진에 채용도 반토막

지난해 공기업 신규채용 규모 2년 전보다 46% 급감
코로나 경영악화 영향…정규직화 정책 기저요인도

서울에서 열린 한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생들이 채용공고게시판을 보고 있는 모습. 2021.10.21/뉴스1DB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공공기관에 다니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공기업 취업을 준비해 온 대학 4학년 박모씨(27)는 요즘 취업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인턴이나 대외활동을 통한 직무 경험과 전공 학점, 어학 등 이른바 '스펙 쌓기'에 공들이며 열심히 취업 준비에 나섰지만 좁아진 채용문에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 이들을 일컫는 '삼포세대'는 남 얘기인 줄 알았는데 비자발적으로 자신이 그 속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어서 서럽기만 하다.

지난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이 2019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신(神)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은 반토막이 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당수 공기업이 경영 악화나 기관 내홍에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인원은 2만7000여명이다. 2018년 3만3900여명, 2019년 4만1300여명과 비교하면 각각 20.4%, 34.6% 줄어든 규모다. 바로 이전 해인 2020년 3만700여명에 비해서도 12.1% 감소했다.

특히 공기업 채용 인원은 작년 6만여명으로 2019년(11만2000여명) 대비 46.4% 줄면서 거의 반토막이 났다. 2019년 155명을 신규 채용했던 강원랜드는 2020년에 3명, 2021년 7명 채용에 그쳤고 2019년 44명을 뽑았던 한국마사회도 작년 고작 2명만을 채용했다.

공기업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상황이 악화하면서 채용 규모를 크게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강원랜드는 2019년 501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2020년에는 4316억원 적자였다. 마사회 역시 같은 기간 1204억원 이익에서 460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4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정부 요구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 모습. 2021.4.8/뉴스1DB ⓒ News1 박정호 기자

일부에선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정원이 많이 증가하고 비용 부담 역시 커지면서 신규 채용 여력을 떨어뜨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공공기관 400여곳에서 신규 채용한 인원은 2019년 대비 35% 감소했지만, 전체 정원은 같은 기간 1700여명 늘어난 상황 등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공기업 실적은 악화하는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라 정원이 늘다 보니 신규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는 예기치 못한 정부 정책의 부작용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일시적으로 채용 규모를 늘렸던 것뿐이지 현재는 정상화한 셈이며, 공공기관 신규 채용 확대 추세는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한 관계자는 "신규 채용은 2018~2019년 대규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자체 인건비로 인력을 증원할 수 있도록 한 자율정원조정제도에 따른 안전·보건 필수소요 증원 등으로 일시 상승했다"라며 "일시적 기저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jep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