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녹색체계 초안에 '원전' 포함…원전 뺀 한국에 영향?
한국 정부 K-택소노미서 원전 제외…'합리적 근거' 제시 못해 '논란'
중국 원전 수출 확대 속 녹색금융 무장한 유럽 원전 업체 공세 거셀 듯
- 박기락 기자
(세종=뉴스1) 박기락 기자 = 유럽연합(EU)이 최근 원자력발전을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한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녹색분류체계)' 초안을 채택했다. 바로 직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 원자력발전을 뺀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원전을 제외 결정 과정에서 적정한 의겸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던 터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의 녹색분류 초안 소식이 국내 전해지면서 환경부는 지난 3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EU의 원자력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포함한 녹색분류체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초안으로 최소 4개월 이상의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U의 초안이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닌 만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번복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이어 "EU의 논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기준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EU의 기준이 나오더라도 우리 산업의 형평에 맞는 기준 마련을 위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수년간 원전 산업이 녹색체계에 다시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EU 택소노미 초안에는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부지·자금 등 계획을 갖추는 것을 조건으로 원전을 친환경으로 분류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기적인 시간에 걸쳐 발생하는 폐기물 등을 처리할 자금과 부지를 갖춰야 하며 이마저도 2045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만 녹색금융을 이용할 수 있다는 조건 등이 달렸다.
이 밖에 원전이 그 어떤 시설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도 다른 조건이다.
EU가 초안에 원전 산업을 포함하며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발표에서 원전 산업을 제외하며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원전의 포함 여부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계 기관 등이 제외 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분류체계를 주도한 환경부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분류체계를 발표하며 원전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 "탄소중립 시나리오, NDC(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이번 발표에서 원전과 함께 포함 여부가 관심사였던 LNG발전은 '과도기적 필요성'에 따라 대상에 포함됐다.
원전 업계와 학계 등은 즉각 반발했다. '과도기적 필요성'에 따라 LNG가 대상에 포함됐다면 같은 이유로 원전이 포함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여기에 이번 EU의 발표가 원전 사업이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무조건' 제외를 결정한 정부의 결정이 세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K-택소노미와 이번 유럽이 발표한 택소노미는 해당 산업이 친환경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국가 및 국가간 기준이다. 포함 여부에 따라 국내에서만 수십조원에 이르는 녹색금융의 대상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특히 원전은 수출시 수십조원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내 금융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류체계에서 제외되더라도 다른 금융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낮은 금리와 회수 조건 등에서 유리한 녹색금융·투자를 받기 어렵다.
저가 수주를 통해 원전 수출을 늘리고 있는 중국의 압박과 녹색금융·투자로 무장한 유럽 원전 업체들의 공세 등에서 우리 원전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K-택소노미 체계 마련을 위한) 여러차례 회의 등 부처간 의견 전달 과정에서 원전 제외시 이에 따른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수차례 나왔었다"며 "EU가 우리와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이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irock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