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연봉인상률 고작 0.9%라고?"…연말이 우울한 한은 직원들

한국은행 임금인상률 수년째 0~2%대…공무원보다도 낮아
평균 연봉 억대에도 다년간 인상률 낮아 내부 불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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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내년도 연봉 인상률이 0.9%로 정해질 수 있다는 소식에 너무 우울해지네요."

연말을 맞은 한국은행에서는 우중충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 내년도 연봉이 0.9% 찔금 오르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다. 치솟는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기는커녕 월급이 안 오르기로 유명한 공무원만도 못한 임금인상률이 벌써 수년째 이어지자 경영진에 대한 내부 불만도 들끓고 있다.

29일 복수의 한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은의 내년도 임금인상률은 0.9%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은의 내년도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2.0%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치솟는 물가에 쓸 돈은 그만큼 많아졌지만 월급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은의 임금인상률은 2018년 1.6% → 2019년 0.8% → 2020년 2.7% → 2021년 0.7%로 매년 0~2%대에 그쳤다.

이는 현행법상 기획재정부가 한은의 임금인상률을 승인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 설립된 '무자본 특수 법인'이다. 매해 외화자산을 굴려 막대한 수익을 내지만 대부분은 정부 곳간을 채우는 데 쓴다. 지난해 한은의 당기순이익은 7조3659억원으로, 이 중 정부에 납부한 금액만 5조1220억원에 달했다.

한은의 작년 평균 연봉은 1억615만원, 대졸 초봉 4900만원 수준이다. 만에 하나 '노사 야합'으로 흐를 경우 방만한 경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법이 "한은은 예산 중 급여성 경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산에 대해서는 미리 기재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해 놓은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의 임금인상률 결정 과정에서 정작 한은 노조가 쏙 빠졌다는 사실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한은 직원들에게 이러한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내년도 임금인상률에 대해서는 한은 인사국 측과 논의했으며 노조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한은의 내년도 임금인상률은 기재부 장관의 승인 절차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통위는 조만간 회의를 열고 기재부가 보내온 임금인상률을 포함해 내년도 예산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임금인상률이 수년째 공무원보다도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자 한은 내부에선 침체된 분위기가 역력하게 감지된다. 기재부를 포함한 공무원의 경우 2018년 2.6% → 2019년 1.8% → 2020년 2.8% → 2021년 0.9%로 한은보다 매해 0.1~1.0%포인트(p) 높게 임금인상률이 책정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은의 한 직원은 "내년도 한은 임금 인상률로 언급되는 0.9% 역시 공무원 임금인상률인 1.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경영진에 대한 내부 불만이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한은 노동조합이 지난 3~10일 노조원을 대상으로 실시해 28일 발표한 설문 조사(응답자 716명) 결과를 보면, 이주열 한은 총재의 내부 경영에 대해 응답자의 33.3%는 '매우 미흡', 32.4%는 '미흡' 평가를 내렸다. 노조원 10명 가운데 7명이 이 총재의 경영에 대해 불만족을 드러낸 셈이다.

'보통'은 25.9%를 차지했으며 '우수'는 7.0%, '매우 우수'는 1.5%에 그쳤다. 이 총재 뒤를 이을 후임 총재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일로도 응답자의 74.7%가 '급여 정상화'를 꼽았다.

유희준 한은 노조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이 총재의 재임기간 8년 동안 직원들의 삶은 궁색해지고 조직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극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se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