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세종실록]'주차지옥'도 해결 못하는데 행정수도 이전 웬말?
열악한 대중교통 인프라에 차량 늘어나고 있지만 주차장은 태부족
세종시와 청사관리소의 단속 강화에 불만 속출
- 이훈철 기자
(세종=뉴스1) 이훈철 기자 = 세종정부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아침 출근 길 청사관리직원과 주차 문제를 놓고 한바탕 언쟁을 벌였다. 아침 일찍 나왔지만 몇 바퀴를 돌아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자 소방차 전용구역에 이중주차를 하려다 제지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다른 곳으로 차를 돌렸지만 끝내 주차공간을 찾지 못하고 인근도로에 불법주차를 하고 지각 출근을 했다.
이같은 풍경은 최근 세종청사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세종청사는 내부 상주 직원들이 많은 반면 주차공간이 협소해 주차문제가 끊이질 않는 곳이다. 여기에 청사관리소가 청사 방문객을 위한 주차공간을 따로 마련하면서 정작 직원들은 길거리 불법주차로 내몰리는 일이 벌어지면서 내부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악명 높은 세종시의 '주차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세종시의 주차난이 교통인프라 부족, 도시개발, 건물구조상 문제 등과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세종시는 도시조성 계획 당시 '차 없는 도시'를 표방하며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책에 걸맞게 조성됐어야 할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시민들이 주로 자가용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세종시 차량등록대수는 17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세종시 인구가 35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두 사람당 1대꼴로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3인가구 기준으로 1가구당 차량 1.5대씩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차량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는 이미 지난해 1가구당 차량대수가 1.2대를 넘어섰다.
반면 주차장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세종시 건물은 건축비를 아끼기 위해 신도시 건물답지 않게 지하주차장이 협소하게 지어졌다. 이중주차 차량까지 주차장을 점령하다보니 지하주차장은 한 번 들어가면 후진해서 나와야 하는 이른바 '개미지옥'을 방불케 한다.
여기에 세종시와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대책 없는 개발도 주차난을 부추겼다. 세종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청사 인근이나 도시 외곽에 개발되지 않은 땅을 야외 주차장으로 활용해 주차난을 임시로 해결했다. 하지만 최근 이곳에 아파트 등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진 것이다.
또 세종시는 메인 도로가 왕복 4차선에 불과할 정도로 좁다. 상가 인근 2차선 좁은 도로에 일렬로 늘어선 불법 주차 행렬은 이제 세종시의 흔한 풍경이 됐다. 조성된지 8년 밖에 안된 신도시라는 게 무색할 정도다.
세종시와 청사관리소의 무대책도 문제다. 세종시와 청사관리소는 주차난 해결을 위해 대책없이 단속만 강화하면서 시민과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상가 인근 불법주차 단속 때문에 손님이 불편을 겪자 상인들도 불만이다. 행복청은 청사 인근 주차난 해결을 위해 공용주차창을 지었지만 늘어나는 차량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등을 세종시로 옮기는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의 주차난이 교통 인프라 부족, 도시 난개발 등 세종시의 총체적 문제점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국회 등을 이전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하겠다지만 지금도 주차난이 이렇게 심각한 데 행정수도가 가당하기나 하겠냐"며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대중교통이 갖춰지지 않는 이상 주차난을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boazho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뉴스1 세종팀은 정부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신속하고도 빠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뉴스통신사로서 꼼꼼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때론 못 챙기는 소식도 있기 마련입니다. 신(新)세종실록은 뉴스에 담지 못했던 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취재와 제보로 생생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정치·문화가 펼쳐진 조선 세종대왕 시대를 기록한 세종실록처럼 먼 훗날 행정의 중심지로 우뚝 선 정부세종청사 시대를 되짚는 또 하나의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