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유통구조 개선'…유(乳) 업계에 보낸 정부의 경고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유·식품업계에 '원유(原乳)가 상승으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요인이 없다'며 경고를 보냈다. 국산 원유를 사용하지 않는 업계가 원유가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가 인상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는 과장됐다며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 대리점 등이 취하는 유통 마진, 그중에서도 흰우유 납품가에 따라 정률로 책정되는 마진율을 가장 큰 인상요인으로 꼽았다.
농식품부가 자체적으로 상장사 공시, 소비자 판매가 등을 조사한 결과, 평균 40% 이상 최대 50%에 달하는 마진율이 적용돼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었다.
더욱이 우유를 활용하는 가공식품의 국산 원유 자급률은 버터 6.1%, 치즈 1.8%에 불과하다.
빵류와 과자류의 경우에도 유제품 원료 사용 비중이 전체 원료의 1~5% 수준으로 낮고, 아이스크림은 고급 품목이 아니면 국산 원유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그간 업계가 인상요인으로 항상 원유가 상승을 지목하자 정부가 업계에 이유로 삼지 말라며 경고를 보낸 셈이다.
이같은 정부의 압박이 강해지자 업계는 잇따라 오른 제반비용과 유통 마진을 줄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저임금과 전기요금, 기름값 등이 치솟은 데다 이미 고착화된 유통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유통구조로 인한 소비자가격 상승은 우유와 관련된 품목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우, 양파 등 농축산물도 생산자가 판매하는 가격과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의 격차가 커 항상 지적을 받는 대상이다.
한우는 일반적으로 생산자-우시장-도축장-도매상-소매상-소비자 등의 단계를 거쳐 공급이 이뤄지는데, 부위별 구분·포장 과정도 생산비용에 포함된다.
이처럼 많은 단계를 거치면서 물류·인건비 등 여러차례 반영되는 구조를 지닌 한우는 최근 도매가가 6.2% 떨어졌지만 소매가는 5.5%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물가 안정을 위한 업계 압박이 이전보다 강화되고 있다. 밀가루 국제가격이 하락하자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가 총출동해 라면업계에 인하를 압박한 결과, 업계는 주요제품의 가격을 낮췄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킨업계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서며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전방위적 압박에 나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6일에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최대 100억원을 투입해 농축산물 할인행사를 열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생산자 판매가와 소비자 구매가의 격차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유통구조를 지목했던 정부는 직접적으로 유통구조에 손을 댈 수 없는 탓에 업계에 마진율을 낮춰달라고 읍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는 각 업체들의 경영방안 침해를 우려하며 공개적으로 인상요인을 지목했을 뿐, 문제 해결방안 마련에는 묵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하반기 농산물 온라인거래소를 개소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기 위한 노력을 밟고 있지만 서민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착화된 유통구조를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잇따르겠지만 매번 이유를 알면서도 책임은 업계에게 돌리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어 적극적인 개선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은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해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바라본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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