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서 '미운오리' 원전…대선 후 대접 달라질까
李, 방향성은 일관·속도는 조절, 尹·安, 탈원전 '맹폭'
세계 추세는…EU는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 포함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 속 지난 5년여 미운오리로 전락한 원자력 발전이 차기 정부에서는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유력 대선주자들이 앞 다퉈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누가 차기정부를 이끌 건 국내 원전 정책에 대한 기조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李, 현 정부 방향성 가져가되 '속도조절'vs 尹·安, 탈원전 '맹폭'…전면 수술 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원전 축소라는 현 정부의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추진방식이나 속도 등에 있어 차별화를 얘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대신 '감(減)원전' 정책을 내세웠다.
현재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그대로 두되 새로 짓지 않겠다는 것으로, 현 정부의 급진적인 탈원전 방식이 아닌 단계적 원전 축소를 의미한다.
실제 현 정부에서 백지화를 결정한 한울 3·4호기에 대해 언급한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민 공론을 거쳐 안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면서도 "상황은 변하는 것이고 정책과 정치 행정은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단가, 위험성, 폐기물 처리비용과 시간 등을 객관적으로 한 번 더 평가하고 국민의 합리적인 판단을 존중하겠다"며 재고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을 맹폭하면서 정책 전반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29일 경북 울진군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신한울 1·2호기와 3·4호기 건설현장을 둘러본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해외에서는 몇 개의 원전을 수출하고자 하는 모순에 빠져있다. 원전 수출시장에는 이제 중국이 나서고 있다"며 "중국에 자리를 내주는 것인가, 이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원전의 안전성은 정치적 합의가 아니라 과학과 기술에 의해 지켜진다"며 "문재인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원자력 전문가가 없다.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원안위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일체의 정치적 간섭을 배제하겠다"고 언급,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17일 대전 유성구 소재 한국원자력학회를 방문한 안철수 후보도 "원자력발전 없는 탄소 중립은 허구"라며 정부 원전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 수단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밖에 없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극복해야 할 기술·과학적 한계들이 많다"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는 SMR(소형모듈원자로)로 극복해 나가고 있고 사용 후 핵연료 문제도 연구가 한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기술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통사고가 발생한다고 자동차를 다 없애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브레이크, 에어백 등 보완장치를 기술로써 극복하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이 두 가지 문제도 모두 과학 기술로 해결을 해야 된다. 무조건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세계 추세도 '원전' 배제는 성급 판단…EU도 녹색체계 초안에 '원전' 포함
'원전을 친환경으로 봐야 할 것이냐'에 대한 세계 추세도 새 정부의 원전 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은 원자력발전을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한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녹색분류체계)' 초안을 채택했다.
친환경으로서 가장 이상적이라 평가받는 재생에너지의 경우 자연적 제약을 많이 받는데다 기존 에너지원에 비해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주요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전에 대한 불가피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는데 다소 까다로운 조건들이 달렸다.
EU는 택소노미 초안에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부지·자금 등 계획을 갖추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장기적인 시간에 걸쳐 발생하는 폐기물 등을 처리할 자금과 부지를 갖춰야 하고, 이마저도 2045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만 녹색금융을 이용할 수 있다는 조건 등을 달았다.
아예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 배제한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환경부는 분류체계를 발표하며 원전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 "탄소중립 시나리오, NDC(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짧은 공식입장을 밝혔다.
원전 업계와 학계 등은 즉각 반발했다. '과도기적 필요성'에 따라 LNG(액화천연가스)가 대상에 포함됐다면 같은 이유로 원전이 포함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환경부는 탄소중립이라는 최종지향점으로 가기 위한 중간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이라는 점을 들어 LNG를 한시적으로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면서 논란을 야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이번에 발표한 K-택소노미는 그저 특정정파의 이기주의를 대변하는 수준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비단 원전 정책 전반에 대한 부분은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건 짚고 넘어가지 않겠나.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더 두말할 나위도 없다"고 말했다.
K-택소노미와 이번 유럽이 발표한 택소노미는 해당 산업이 친환경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국가 및 국가 간 기준이다. 포함 여부에 따라 국내에서만 수십조원에 이르는 녹색금융의 대상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특히 원전은 수출시 수십조원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내 금융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류체계에서 제외되더라도 다른 금융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낮은 금리와 회수 조건 등에서 유리한 녹색금융·투자를 받기 어렵다.
저가 수주를 통해 원전 수출을 늘리고 있는 중국의 압박과 녹색금융·투자로 무장한 유럽 원전 업체들의 공세 등에서 우리 원전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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