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빠진 K택소노미…"과학 근거 없이 선동 논리 휘둘린 결정"

정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서 제외…녹색금융 지원 배제 불이익
"친환경 여부 평가에 위험성 잣대 적용 의문…국제 기조도 역행"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이 빠지면서 관련 산업계·학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 여부를 판단한 정부의 평가기준 자체가 전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점, 단순히 '원전은 위험하다'는 재량적 해석에 매몰돼 국제사회 기조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데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녹색금융 지원근거 될 K-택소노미…결국 제외된 '원전'

30일 원전업계와 관련 학계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전날 녹색금융 활성화를 촉진하고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2년에 걸쳐 마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지침서'를 발표했다.

관심은 '원전 산업'의 포함 여부였다.

환경부는 논란이 된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사업은 한시적으로나마 '녹색'으로 분류했지만, 원전은 친환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등을 감안한 결정"이었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다만 원전 업계나 전문가들의 반발을 고려한 듯 "EU 등 국제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한 뒤 향후 검토하겠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원전 관련 업계·전문가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유는 원전 산업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K-택소노미'는 녹색위장행위(그린워싱)를 하는 기업을 걸러내 순수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 자금 유입을 촉진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금융권과 산업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녹색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9월 말까지 국내에서 발행된 녹색 채권 규모만 봐도 지난해보다 약 15배 늘어난 14조5000억 원에 달한다. 막대한 투자비용이 드는 원전 산업이라면 이 같은 금융지원의 필요성은 더 절실하다.

보통 원전 1기 건설을 위해서는 10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건립 비용문제로 귀결되는 데 정부의 이번 'K-택소노미' 배제 결정은 곧 원전 업계에 막대한 금융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 속 'K-택소노미'에서 배제된 원전 산업을 더욱 사양길로 내모는 셈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계속해서 우리사회가 녹색에너지다, 탄소중립이다 얘기가 나오면서 여러 산업들이 들어가다 보니 (원전)조금 기대를 했었는데 아쉽다"면서 "직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같은 기술적인 요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현 정부가)국민정서 등을 고려한 환경적인 요인으로 결정한 측면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관계없음. 뉴스1

◇"'친환경' 평가분류 의문…정부 탈원전 정책 기댄 선동논리 우선"

학계 입장은 더 비판적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번 결정에서 원전을)뺀 사람들의 논리가 뭔지를 살펴봐야 되는 데 '위험하지 않느냐'는 거다. 그러면 친환경 평가기준에 위험 기준이 포함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정 교수는 "친환경이라는 기준을 평가하는 데 있어 위험한지, 안전한지 이런 것들은 별개의 차원"이라며 "그렇다고 원전이 위험한가, 그렇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나 방사선 영향으로 죽은 사람은 한명도 없다"면서 "산업분야를 통틀어 예컨대 대한민국 전기의 30%를 커버하는 어떤 분야에서 사고가 나서 아무도 안 죽었다는 건 기록"이라고 했다.

이어 정 교수는 국제사회 기조와 동떨어진 현 정부의 성급한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EU(유럽연합)에서도 최근 10개국 에너지장관들이 원전을 텍소노미에 포함해 달라 주장했고, 1월 22일 EU 측의 결정이 예정돼 있다"며 "불과 한 달 사이인데 지금 이렇게 급하게 말뚝을 박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세계에 많은 나라들이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데 재생에너지를 통해 줄이려 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원자력을 쓰겠다는 쪽으로 (해외 국가들은)많이 선회하고 있다"면서 "앞서 얘기한 EU 10개국을 비롯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클린에너지에 원자력을 넣겠다고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이런 결정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라든지 아니면 선동가적 논리가 우선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