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종량세' 부과, 비싼 담배 피울수록 유리
종가세로 세부담 역진성 완화 공언한 기재부 '난감'
- 민지형 기자
(세종=뉴스1) 민지형 기자 = 내년부터 담배 가격을 2000원 올리고 한 갑당 594원의 개별소비세(개소세)를 매기기로 여야가 잠정 합의한 가운데 이번 담뱃값 인상이 비싼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뱃값 인상을 위해 신설되는 국세인 개별소비세의 과세 방식이 기존 '종가세'방식에서 '종량세'로 수정되면서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국세인 개별소비세(세율 77%)를 새로 부과한다고 밝히며 담배 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매기는 종가세 방식을 적용했다.
종가세는 담배 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매기는 방식이다. 고가 담배일수록 가격 인상폭이 커진다. 반면 종량세는 담배 수량(갑당 25개피)에 따라 같은 금액을 일괄 부과해 가격에 따른 인상폭 차이가 없다.
기재부는 담뱃값 인상 발표 당시 "담배에 부과되는 종량세 방식의 담배소비세와 건강증진부담금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세부담 역진성 완화를 위해 개별소비세를 종가세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개별소비세를 종가세로 도입해 담배 가격이 상승할 때 세액도 자연히 증가하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고가담배 가격 인상폭을 상대적으로 크게 만들어 세부담 역진성을 완화하려는 의도였다.
2500원 이상의 비싼 담배 세금 증액분을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도록 설계해 '서민 호주머니를 노리는 우회적 증세'라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됐다.
특히 기재부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다수 OECD 회원국(34개국 중 24개국)에서도 종량세와 종가세를 둘 다 부과하는 혼합형을 채택 중"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혼합세를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야가 잠정 합의한 담뱃값 인상안은 담배 개소세에 종량세가 적용되면서 정부 입장이 난처해졌다. 당장 WHO의 혼합세 적용 권고도 무시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게다가 향후 담배가격 인상을 감안한다면 종가세보다는 종량세가 담배 제조·판매업체 마진 확대에 유리하기 때문에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담배회사의 배를 불려줬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당장 한국투자증권 등은 1일 KT&G 주가를 분석하면서 "개별소비세가 종량세로 바뀐 것은 호재"라며 "소비고급화와 담배가격 인상을 감안하면 종가세보다는 종량세가 마진 확대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경열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이번에 종량세 적용을 결정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여야가 합의한 사안에 대해 (정부에서) 따로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담배 출고가격이나 수입가격에 연동하는 종가세 방식으로 개소세를 과세할 경우 저가 수입담배가 대량 시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종량세 방식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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