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맞는 공공기관 "흥청망청 파티 실상 보니..."
[수술대 오른 공기업]현오석 "파티는 끝났다" 발언 배경은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그들만의 파티, 이제 접어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 방만경영에 대해 모처럼 날을 세우며 대대적인 수술의지를 밝혔다. 14일 부채가 많거나 급여 및 복리후생 잔치를 벌이는 공공기관장 20명을 긴급 소집한 자리에서다.
그는 또 "부채 비리 임금 성과급 복리후생 단체협상 권한남용 등 A에서 Z까지 공공기관을 손보겠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공공기관의 경영행태가 역대정부의 개혁바람에도 불구하고 낙하산인사 탓에 혹은 국책사업 참여 등을 이유로 노사가 한통속이 돼 여전히 '돈 잔치(party)'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임금인상과 고용보장 등 직원복지는 경영실적과 관계 없이 자동 개선된다. 임단협을 통해 못박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방만경영 실태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정부가 칼을 빼든 배경이다.
◇30개 기관 이자만 5.6조...빙산의 일각
국감서 공개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높은 30개 공공기관의 이자비용은 최근 5년 간 27조7866억원, 연 평균 5조557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자를 갚는데만 하루 152억원을 쓰는 셈이다.
전체 공공기관의 총 부채 역시 최근 증가 일변도다. 현재 공공기관 총부채는 588조7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무려 267조8000억원(83.5%) 늘었다. 국가채무 443조7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 중 부채규모 상위 20개 기관의 부채가 전체의 93.5%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 중 정부가 부채를 지급보증하는 손실보전공공기관의 부채는 270조106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정책금융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포함됐다. 정부가 공공기관 총 부채를 작성할 때 제외시키는 수출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부채도 95조3000억원에 달해 5년 전에 비해 2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가 가장 많은 공공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로 138조원에 달했다. 한국전력공사가 95조원, 예금보험공사가 46조원, 한국가스공사가 32조원, 한국도로공사가 25조원의 빚을 각각 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과급 돈잔치에 고용보장 선심 펑펑...노사 한통속 '신의 직장'
사정이 이런데도 공공기관들의 이른바 '돈잔치' 관행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혈세로 설립돼 매년 빚만 지면서도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 수준은 여느 우량기업을 웃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낙연의원이 국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부채 상위 10개 공공기관의 작년 성과급 지출은 총 6102억5300만원에 달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기관장에 지급한 성과급만 무려 1억8130만원에 달할 정도다. 가스공사의 부채는 32조원이 넘는다.
성과급 뿐 아니다. 직원 고용보장 수준도 거의 '신의 직장'이다. 기재부가 최근 집계한 공공기관 불합리 단체협약 사례에 따르면 공공기관 운영관련 법령지침을 상회하는 복지를 제공하는 곳이 전체 295개 공공기관 중 117곳(40%)이나 됐다. 정부 감시 하에서도 대대적인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었다.
강원랜드는 직원들에 1% 초저금리로 주택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 대학 입학금과 등록금도 전액 지원된다. 정년퇴직 조합원 자녀는 우선 채용해주고 있다. 민간기업에서도 쉽지 않은 복리후생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정원을 축소할 수 없도록 임단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임금은 연구원이 적자를 보더라도 물가나 경제성장률에 따라 올려야 한다.
서울대병원은 직원이 휴직상태여도 본인이나 직계 존비속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선택진료비의 100%를, 보험진료비의 80%, 비급여진료비의 40%를 감면해준다. 조세연구원과 해양과학기술원은 조합원이 업무 중 사망하거나 심하게 다칠 경우 가족을 우선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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