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억달러 대미투자 1호 '엔시날'…AI 전력수요·PPA 여건이 사업성 근거

텍사스 AI 전력수요 급증…"공급자 우위·유리한 PPA 여건·美 수요처 주선"
정부 "원리금 회수 가능"…가스가격·공사비·송전망 등은 사업 변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3일 미국과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을 위한 협의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9.13 ⓒ 뉴스1 김도우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이정현 조용훈 김우진 기자 = 한미 전략투자 1호 프로젝트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 사업이 선정됐다. 총사업비 223억 달러를 투입해 6472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소를 짓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대형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다.

관건은 공공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투자 원금과 이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상업적 합리성' 확보다. 정부는 텍사스의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고, 전력 공급자 우위의 시장 환경에서 유리한 조건의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구매할 데이터센터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향후 PPA 가격과 조건이 사업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수요처를 서둘러 확정하기보다 여러 데이터센터 사업자 가운데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곳을 선택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사전브리핑을 통해 "(지금 텍사스 전력 시장은) 전력을 공급하는 사람들이 우위에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짓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 저희 입장에서는 높은 전기가격을 받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두르기보다는 여러 수요자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수요자를 미국 정부와 협의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23억달러·6472MW…AI 데이터센터에 전력 직접 공급

1일 정부에 따르면 대미투자 1호로 선정된 엔시날 프로젝트(Project Star)는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총 223억달러를 투입해 AI 데이터센터용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이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인근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하는 구조다.

사업은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단계적으로 설비를 확대해 2032년 전체 설비 가동에 들어가는 일정이다.

글로벌 부동산 개발업체 릴레이티드 컴퍼니즈(Related Companies)와 미국 발전운영사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가 사업을 주도하고, 루이스 에너지 그룹(Lewis Energy Group)이 부지와 천연가스, 용수 등 관련 인프라를 제공할 예정이다.

가스복합발전은 천연가스를 태워 가스터빈을 돌린 뒤 여기서 나오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다시 활용해 증기터빈을 가동하는 방식이다. 같은 연료를 활용해 추가로 전력을 생산해 발전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엔시날이 위치한 텍사스는 텍사스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전력계통을 운영한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활발한 동시에 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도 크다. 최근 AI 확산과 함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면서 신규 전력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현지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텍사스 쪽에 데이터센터나 신규 투자가 상당히 많이 들어서는 추세"라며 "급증하는 전력수요와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등이 사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판단할 때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조달 여건도 장점으로 꼽힌다. 텍사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석유·가스 생산 지역으로 발전소 입장에서는 연료 조달의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텍사스는 전 세계적으로도 오일과 가스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라며 "연료 도입의 편리성과 가격 경쟁력을 고려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연료를 조달해 생산한 전력을 판매하면서 확보하는 마진이 주요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리금 회수'가 상업성 기준…PPA·가스값 변동성 관건

정부가 대미투자 협상 과정에서 관철하려 한 핵심 원칙은 '상업적 합리성'이다.

김 장관은 "경제성을 판단할 때 수익률 등 여러 기준이 있지만 저희가 봤던 상업적 합리성은 존속기간 내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가였다"며 "여러 가지를 살펴봤고, 기본 가정에 변화를 주더라도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향후 가장 중요한 변수는 수요처를 확보하는 것이다. 엔시날 발전소는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수요처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지만 현재 최종 구매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발전업계에서는 장기 PPA를 맺을 경우 전력시장 가격 변동에 노출되는 위험을 줄이고 장기간 수입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와 직접 전력공급 계약을 맺는 구조에 대해 "계약이 얼마에 될지는 모르겠지만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PPA를 하면 상당히 안정적으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구매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반드시 약점으로 보지는 않는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서둘러 가격을 고정하기보다 공급자 우위의 시장 상황을 활용해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김 장관은 "계속 전기료가 오르고 있는데 지금 계약해서 수익을 줄이는 게 맞느냐, 시장 타이밍을 보고 적절하게 맞춰가는 게 낫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서두르기보다는 여러 수요자 중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수요자를 미국 정부와 협의해 정할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PPA 수요처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승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재경위는 비공개로 정부로부터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대미투자 사전 보고를 받았다. 2026.9.22 ⓒ 뉴스1 유승관 기자
발전 원가에 직결되는 LNG 가격 변동성…관리가 관건

천연가스 가격 변동 위험도 사업성을 좌우할 변수다. 가스발전은 연료가격이 오르면 발전원가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가스가격은 변동이 크다. 전기가격으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가스가격 때문에 회수가 안 될 수도 있다"면서도 "전력회사와 가스회사 간에 상쇄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보장돼야 한다"며 "가스가격 변동성을 상쇄했다는 측면에서 상업적 합리성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도 사업이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고, 텍사스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증가와 예상 전력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사업 선정 이후의 계약과 실행이 실제 수익성을 가르게 된다. 해외 발전사업은 전력 판매가격뿐 아니라 가스 공급조건, 공사비와 일정, 송전선로, 물류, 부지와 기후조건 등을 함께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적 리스크와 지역의 기후 리스크, 부지에 따른 공사비, 물류비용, 송전선로, 가스 공급과 전력 판매 등을 모두 고려해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가 결정되고 계약이 되더라도 중요한 것은 실행을 어떻게 하느냐"라며 "정해진 기간 내에 공사비 상승 없이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