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원전 8기 개별사업 미확정…알래스카 LNG 경제성 확인돼야"
원전 개별 사업 상업성 따져 결정…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인수 추진
알래스카 LNG도 아직 검토 단계…"전략적 이유 있어도 상업성 필요"
- 김승준 기자, 조용훈 기자, 김우진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조용훈 김우진 기자 = 1일 정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 사업을 한미 전략투자 1호 프로젝트로 확정하고, 미국 내 대형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대한 후속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원전은 한국형 APR1400 2기를 포함한 총 8기 건설 협력 프레임워크(기본 틀)를 마련했지만 개별 사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알래스카 LNG도 경제성과 사업구조 등을 추가 검토한 뒤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원전 협력 과정에서는 국내 기업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인수도 추진한다. 알래스카 LNG는 상업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경제성 확보를 우선하되, 천연가스 공급망 다변화라는 에너지 안보 측면의 전략적 가치도 고려해 미국 측과 사업성을 높일 조건을 협의할 방침이다.
세 사업은 모두 총 2000억 달러의 대미 전략투자 한도 안에서 추진된다. 정부는 원전 비용 초과에 대비한 예비비를 마련하고, 알래스카 LNG의 경우 관세 인하와 장기 LNG 구매계약, 한국의 우선적 접근권 등을 협의하는 등 사업성과 투자금 회수를 뒷받침할 조건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에서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와 관련해 "저희가 5~10%로 생각하고 있고, 최종 숫자는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은 더하고 싶어 하는데, 10%가 이사가 참여할 수 있는 (최소)권한"이라며 "웨스팅하우스 입장에서는 한국 측이 이사로까지 참여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한다. 그 아래 정도 수준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프로젝트 파워'로 명명한 원전 프레임워크를 통해 미국에서 한국형 APR1400 2기를 포함한 총 8기의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프레임워크에는 한미 양국 정부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웨스팅하우스가 참여할 예정이다. 총 8기 건설에 활용되는 재원은 최대 1200억 달러로, 약 1000억 달러의 건설비와 비용 초과에 대비한 200억 달러의 예비비로 구성된다.
다만 원전 프레임워크가 개별 원전 사업의 추진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 등을 구체화한 뒤 사업별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절차를 거쳐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검토할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가스 도입 경로가 (수급 안정화)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이유가 있더라도 상업적 합리성이 없으면 안 한다"며 미국 측과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노스'로 명명된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남부지역까지 운송하는 대규모 가스 파이프라인과 수출용 LNG 터미널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다음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박정성 통상교섭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원전은 아직 개별 프로젝트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지금 합의한 것은 큰 틀의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지에 어떤 방식으로 원전을 지을지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각각 상업적 합리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알래스카 LNG는 그보다도 검토 단계다. 상업적 합리성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추진한다는 원칙이 분명하다.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해서 상업적 합리성이 없는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원전을 건설할 때 비용 초과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1200억 달러 가운데 200억 달러를 예비비로 설정했다. 비용이 초과할 경우 활용할 수 있는 돈이다. 반대로 쓰지 않으면 그만큼 남게 되고, 실제 사용하지 않아도 대미 투자 이행액에는 포함된다.
실제 공사비가 초과했을 때 누가 부담할지는 계약 관계에서 귀책 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개발자 때문인지 설계·조달·시공(EPC) 때문인지 등을 따져 부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마음 같아서는 이 200억 달러를 쓰지 않고 전부 절약하는 것이 목표다.
▶과거 웨스팅하우스 원전사업에서는 당초 계획보다 비용이 많이 늘어난 사례가 있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인허가 지연이었다. 공사는 진행돼 돈이 들어가는데 인허가 때문에 2년, 3년, 길게는 더 지연되면 비용이 계속 불어난다.
지금 미국 정부도 원전을 빨리 건설하는 것을 절체절명의 과제로 보고 있고 에너지부가 직접 관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원전 인허가를 18개월 안에 처리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내린 상태다. 저희는 과거와 같은 인허가 문제로 비용이 크게 불어날 가능성은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하나는 공급망이다. 미국은 EPC 업체와 기자재 공급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적절한 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는 한국 EPC 업체와 기자재 공급망이 참여하기 때문에 공급업체 문제나 업체 간 갈등에서 발생하는 비용 초과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프레임워크는 총론에 합의한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각론, 즉 개별 프로젝트다.
원전은 지반이 단단한지, 지진 위험은 어떤지, 용수 접근성이 있는지, 전력을 사용할 수요처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송전망을 새로 얼마나 건설해야 하는지에 따라 사업비가 완전히 달라진다. 따라서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하나하나 "이건 되겠다, 안 되겠다"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현재 생각하는 범위는 5~10%다. 최종 지분율은 앞으로 협의해야 한다. 한전과 한수원뿐 아니라 국내 민간 기업들도 참여한다.
한전과 한수원은 재무적인 부담이 있기 때문에 상징적이고 최소한의 수준으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정도를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다.
반면 민간기업들은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 미국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원전 시장을 보고 있고, 유럽이나 향후 소형모듈원전(SMR) 시장까지 생각하면 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를 전략적 투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0% 수준을 상한으로 보는 데에는 이사회 참여 문제도 연관돼 있다. 웨스팅하우스 측에서는 한국 측이 이사회에까지 들어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측면이 있다.
▶브룩필드와도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키는 것은 펀드 입장에서 중요한 과제다. 다만 이번 프레임워크는 양쪽의 전략적 이해가 맞닿는 부분이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을 지으라는 요구를 받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구현할 EPC 업체와 기자재 공급망이 부족하다. 설계상의 지식재산(IP)는 있지만 그것을 실제 원전으로 만들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 원전 시장에 진입하는 기회다. 미국에서 한미 협력의 성공 사례를 만들면 웨스팅하우스가 추진하는 해외 AP1000 사업에도 우리 EPC 업체와 기자재 기업이 공급망으로 들어갈 수 있다. APR1400 시장은 한국이 가져가고, AP1000이 강한 서유럽 등의 시장에서는 함께 진출하는 전략적 이해가 맞을 수 있다.
▶현재 SA만 놓고 보면 한국형 원전이 미국시장에 들어가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프레임워크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미국에서 APR1400 2기를 건설할 수 있도록 SA를 개정하는 것이다.
SA의 원래 당사자는 한전·한수원·웨스팅하우스이고, 이번 프레임워크에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까지 참여한다. 정부 간 프레임워크까지 합의해 놓고 SA를 개정하지 않는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사용료 등 과거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에 쟁점이 됐던 부분도 앞으로 협의해야 한다.
▶과거에 저희도 알래스카 LNG는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고 국회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지금도 상업적 합리성이 충분하다고 결론 낸 것이 아니다.
다만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 한국으로 가스가 들어오는 항로를 보면 호르무즈해협, 믈라카해협, 대만해협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있다. 어느 지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호주도 자국 내 가스 수급 문제로 내수 비중을 높이는 흐름이 있고, 러시아산 가스 역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있다. 가스 공급선이 특정 항로에 너무 집중돼 있다는 고민이 있다.
그래서 미국 서해안과 캐나다 등 새로운 공급선을 확보하는 방안을 보고 있고, 그 과정에서 알래스카 LNG도 검토하는 것이다. 전략적 가치는 있지만 상업적 합리성이 없으면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도 이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좋지 않았고 오랫동안 지연된 이유를 알고 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크게 보면 인허가, 노동력, 날씨와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저희가 보기에는 특히 인허가와 노동력 문제가 크다. 기술적인 측면은 과거 알래스카에 원유 파이프라인을 건설했던 때보다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앞으로 미국과 협상하면서 이런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주 정부와 지방정부의 세금, 기자재 관세, 장기적인 가스 확보 조건 등 상업적 합리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들을 계속 요구할 생각이다.
▶철강 등 사업에 필요한 기자재에 대해서는 관세를 낮춰주는 방안을 미국 측이 제시했다. 철강 관세 문제는 러트닉 장관을 만날 때마다 계속 이야기해 온 사안인데,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해주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은 것이다.
또 경제성 있는 조건의 장기 LNG 구매계약을 보장하고, 알래스카에서 생산되는 LNG에 한국이 먼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도 논의했다.
▶그렇게 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엔시날이 223억 달러, 원전이 최대 1200억 달러이고, 알래스카는 현재 거론되는 규모까지 합치면 전체가 2000억 달러를 넘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 측에도 총 2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알래스카의 경우 미국 측에서 제시한 숫자와 저희가 생각하는 규모 사이에도 차이가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
전체 한도가 남는다면 광물처럼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양국에 전략적 의미가 있는 사업을 추가로 검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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