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이틀 연속·그리어까지 '대미 통상 총력'…통상본부장 인선도 속도
러트닉 이틀 연속 만나 2천억달러 전략투자 1호 프로젝트 막판 조율
여한구 직권면직 뒤 그리어도 직접 면담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이틀 연속(17·18일) 만나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선정을 위한 막바지 조율을 진행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미국 측 불만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 장관은 귀국 일정을 정하지 않은 채 미국에 머물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둘러싼 한미 간 막판 조율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교섭본부장 공백으로 기존 통상 협상 채널에 변수가 생긴 상황에서 김 장관은 19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도 면담한다.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등 통상 현안을 점검하고, 대미 투자 이행 문제와 맞물린 관세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20일 산업부에 따르면 김정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면담을 진행한다.
이번 김정관 장관의 미국 출장의 주요 목적은 대미투자 프로젝트 논의다.
지난해 양국은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 수준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진행한다는 합의를 했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 협력에 배정돼, 지난달 '한미 조선협력센터'가 워싱턴에서 개소하는 등 진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나머지 2000억 달러의 전략 투자는 1호 프로젝트 선정 논의가 장기화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은 이에 대한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매체 폴리티코는 17일(현지시간)에 익명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은) 가장 느린 협상가들"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이행이 더딘 것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한·미 연합 훈련 축소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부는 김정관 장관의 방미가 미국 측 압박에 따른 방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8월 말이나 9월 초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할 생각이라고 말씀드렸다"며 "막판에 실무적으로 다양한 쟁점들이 나와 전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 돼 오게 됐다"고 예정에 없던 방미 출장 배경을 설명했다. 대미 투자 관련 미국 측 서한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받은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김 장관이 귀국 일정을 정하지 않은 채 예정에 없던 방미에 나선 점을 두고,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둘러싼 한미 협상이 실제로는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산업부는 19일 김 장관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도 귀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25년 7월 말에도 김 장관은 한미 상호관세 발효 시한을 앞두고 당초 예정됐던 귀국을 미뤘다. 이후 미국에 남아 러트닉 장관과 추가 협상을 진행한 뒤, 트럼프 대통령 수행 중 유럽에 머물던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이동했다.
또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의 이틀 연속 면담은 과거 긴급한 대미 협상 국면에서도 나타난 대응 방식이다. 2025년 7월 상호관세 발효 직전과 2026년 1월 미국의 관세 재인상 대응 국면에서도 두 사람은 이틀 연속 회동했다. 이번에도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선정과 관세 리스크가 맞물린 상황에서 연쇄 면담이 이뤄지고 있다.
귀국 시점을 열어둔 채 미국 측 핵심 인사들과 연쇄 면담에 나선 만큼, 정부 설명과 별개로 협상 시급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정관 장관이 이번 방미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USTR 대표를 직접 만나는 것은 통상교섭본부장 공백에 따른 협상 차질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15일 0시를 기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직권면직했다.
그동안 공개된 협상 일정에서 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산업·투자 분야를,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그리어 대표와 만나 관세·비관세 장벽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해 왔다. 김 장관이 그리어 대표와 개별 면담 일정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그리어 대표와의 협의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 발표가 예상되는 미국 무역법 301조 과잉생산 조사와 그에 따른 후속 조치 가능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의 쟁점을 조율하는 한편, 그리어 대표와의 협의에서는 301조 과잉생산 조사에 따른 추가 관세가 한미 간 합의한 15% 수준을 넘지 않도록 통상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는 통상교섭본부장 공백 상황을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 후속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성 통상차관보가 후임 통상교섭본부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박 차관보는 여한구 전 본부장 직권면직 이후 통상 현안 대응을 위한 비상 업무체계를 이끌고 있다. 박 차관보는 여 전 본부장과 김 장관의 대미 통상 협상 과정에 동행하며 협상 실무를 지원해 온 인물이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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