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에 꿈의 '수출 1조 달러' 청신호…日 넘어 세계 5위 도약

산업부 "현 추세면 1조 달러도 가능"…주요 기관도 전망 일제히 상향
AI·B2B發 반도체 호황 연중 지속 전망…"다운사이클 대비 투자·혁신 과제"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의 컨테이너 모습.ⓒ 뉴스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나혜윤 기자 =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연간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1~5월 누적 수출액이 이미 4000억 달러에 육박한 데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면서 정부 목표치인 740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9000억 달러 이상 수출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출 1조 달러를 달성할 경우 한국은 일본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5위권 수출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강감찬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은 1일 진행된 '5월 수출입 동향' 브리핑에서 수출 1조 달러 가능성에 대해 "1~5월 수치가 굉장히 좋은 상황"이라면서 "현 추세를 감안해 보면 산업연구원이 전망한 9200억 달러 이상, 한국은행이 제시한 9500억 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치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 이상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에 수출, 경제성장률 전망치 줄줄이 상향

이날 산업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한 877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861억 달러, 4월 859억 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1~5월 누적 수출액은 3935억 달러로 전년 동기(2749억 달러) 대비 43% 증가했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800억 달러 안팎의 수출 흐름이 이어질 경우 9000억 달러 중반대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산업부를 비롯한 주요 분석 기관들도 올해 수출 성장을 근거로 경제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산업부는 연초 올해 수출 목표치를 7400억 달러로 제시했지만,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정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조심스럽게 올해 수출이 9000억 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도 지난해 11월 제시한 수출 전망치 6971억 달러를 지난달 9244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9%에서 2.5%로 높였다.

한국은행도 반도체 수출 호조를 주요 이유로 꼽으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2.0%에서 최근 2.6%로 높였다.

일각에서는 수출 1조 돌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대비 44.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수출액(7094억 달러)을 고려하면 올해 수출이 약 1조 200억 달러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44.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반도체와 컴퓨터 부품 수출이 160%, 212% 늘어날 것을 전제로 한다"며 "AI 인프라 사이클과 맞물린 수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수출 1조 달러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은 2025년 기준 수출 규모가 비슷한 일본(7381억 달러)과 이탈리아(7141억 달러)를 제치고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5위권 수출국에 진입할 수 있다. 지난해 7위에서 5위권으로 도약하는 셈이다.

반도체 호황 연중 지속 전망…다운사이클 대비 '생산적 투자' 이뤄져야

실제 반도체 수출은 2월부터 4개월 연속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3개월 연속 3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또한 14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호황의 실적 기반이 되는 메모리 반도체 단가 역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DDR4(8Gb) 고정가격은 올해 1분기 평균 12.5달러에서 4월 16달러, 5월 20달러로 상승했다.

과거에도 반도체 호황 사이클은 반복됐지만, 이번 호황이 한국 수출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은 이를 떠받치는 수요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스마트폰·PC 등 소비자·IT 제품의 교체 수요에 따라 메모리 가격과 물량이 출렁이면서 반도체 호황과 불황이 글로벌 경기 흐름에 크게 연동됐다.

반면 이번 반도체 호황은 소비자가 아닌 기업 간(B2B) 수요가 뒷받침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고대역폭 메모리(HBM), GPU 서버용 메모리 등 인프라·연산력 확보를 위한 장기 투자 수요가 사이클을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시장 분석기관은 연중 호황 지속을 전망하면서도 빅테크 투자 피로,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 미·중 규제 등의 잠재적 변수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호황이 빅테크의 투자 여력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금리 등 자금 조달 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 있으며,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인된 만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공격적인 증설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 연구원은 하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호황이 지속되는 것은 기업들이 AI 부분에서 경쟁을 지속하고, 과다한 중복 투자도 많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경쟁이 종료되면 호황도 멈출 수 있다. (경쟁에서) 탈락하는 기업이 나오는 것은 빨라도 내년 초반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호황은 그 정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 인재 양성 등을 통해 다운사이클(하강기)을 견뎌낼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기업 이익 활용의 최우선 원칙은 '생산적 재투자'여야 한다. AI와 반도체 패권 경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투자와 혁신의 속도가 주춤하는 순간 미래의 주도권은 다른 나라의 몫이 된다"고 강조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