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에 5월 수출 878억 달러…'역대 최대' 또 경신(종합)

반도체 수출 371억달러 역대 최대…3개월 연속 300억달러 돌파
중동 전쟁·美 관세 변수에도 3개월 연속 800억달러대 수출 달성

ⓒ 뉴스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동 전쟁 장기화로 통상·물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5월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3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반도체 수출은 월 기준 사상 최고치인 371억 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3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에 힘입어 올해 1~5월 누적 무역흑자도 기존 연간 최대 기록을 조기에 뛰어넘었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2026년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한 877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월간 수출 가운데 최대 실적이다. 수입은 20.8% 증가한 608억 달러, 무역수지는 269억 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은 종전 1위 기록인 지난 3월(872억 달러) 실적을 넘어서며, 4월(859억 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도 42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0.7%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40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이번 실적은 중동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관세 정책,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 등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 중동 지역에서는 물류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 역시 자동차와 철강 등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371억달러 역대 최대…AI 투자 확대에 메모리 가격 급등

이 같은 악재 속에서도 수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다.

5월 반도체 수출은 371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9.4% 증가하며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3월 328억 달러, 4월 319억 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3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반도체 수출은 5월에도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반도체 호황의 배경에는 AI 투자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나서면서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321억 달러로 255% 증가했다. D램 수출은 186억 달러로 369.8% 늘었고, 낸드플래시는 17억 달러로 206.8% 증가했다.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DDR5 16Gb 고정가격은 지난해 5월 4.80달러에서 올해 5월 37.5달러로 682% 상승했다. NAND 128Gb 가격도 같은 기간 2.92달러에서 26.5달러로 807% 급등했다. AI 서버 확대에 따른 초과 수요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품목 전반의 호조도 두드러졌다.

컴퓨터 수출은 AI 서버용 SSD 수요 증가에 힘입어 41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290.7% 증가했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14억 7000만 달러로 9.4%,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14억 6000만 달러로 12.6% 각각 증가했다. 반도체·컴퓨터·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 등 주요 IT 품목이 모두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수출 시장별로도 반도체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중국 수출은 189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0.9% 증가하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가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데다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소비재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대미 수출은 159억 7000만 달러로 59.1% 증가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부진했지만 반도체·컴퓨터·전기기기 등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수출을 끌어올렸다. 5월 1~25일 기준 대미 반도체 수출은 36억 달러로 651%, 컴퓨터 수출은 15억 달러로 675% 각각 증가했다.

대아세안 수출 역시 158억 5000만 달러로 58.4% 늘며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석유화학 등이 고르게 증가한 결과다. 대EU 수출도 자동차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자동차는 주춤했지만 IT는 질주…수출 증가세 사실상 견인

반면 자동차와 일부 전통 제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수출은 58억 3000만 달러로 5.9% 감소했다. 조업일수 감소와 국내 화재에 따른 자동차 부품 공급 차질,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 애로, 미국 관세 부과 이후 현지 생산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기계 수출도 38억2000만 달러로 6.3% 감소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비 증가와 미국 관세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철강 수출 역시 열연강판과 후판 등의 부진이 이어지며 2.1% 감소했다.

반면 석유제품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영향으로 수출단가가 높아지면서 52억 5000만 달러로 46.6% 증가했다. 다만 물량은 오히려 23.8% 감소해 가격 상승 효과가 수출 증가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수지도 기록적인 수준을 이어갔다.

5월 무역수지는 269억 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1~5월 누적 무역수지는 1019억 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연간 최대 흑자 기록인 2017년 952억 달러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아직 연말까지 7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기존 연간 기록을 조기 경신한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대외 불확실성에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5월 수출이 플러스를 기록하면서 정부 출범 이후 12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고 1~5월 무역수지가 기존 연간 무역수지 흑자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품목과 화장품·농수산식품 등 유망 소비재 품목이 양호한 실적을 보이면서 수출이 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동 전쟁 종전 여부와 미국의 관세 정책, EU의 철강 수입 규제 등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정부는 주요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통상 리스크를 완화하고 안정적인 수출 환경 조성에 힘쓰는 한편 원유·나프타 등 핵심 수입 원자재의 안정적인 도입 및 공급망 점검을 통해 기업의 생산과 수출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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