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5사 '단일 공기업'으로 뭉치나…정부, 통폐합 시나리오 내달 공개
이 대통령 '비효율 개선' 주문에 속도…'단일화' 연구용역 막바지
연료 공동구매 등 비용 절감 기대…지역 위축·노조 반발이 최대 변수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정부가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5곳의 통합을 본격 검토하면서 전력 공기업 구조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통령의 구조 효율화 문제 제기 이후 연구용역과 공론화가 병행되며, 발전사 통폐합이 정책 검토 단계를 넘어 구체적 실행 가능성 논의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다만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라는 기대와 달리 지역경제 위축과 고용 불안 우려가 맞물리면서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쟁이 예상된다. 통합 방식에 따라 전력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월부터 발전사 통폐합 관련 전문가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기후부는 다음 달 중 토론회를 열어 삼일PwC에 맡긴 연구 용역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발전 5사의 통폐합 논의는 지난해 8월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발전사 분산 구조에 따른 비효율을 지적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기후부는 전력 공기업 구조개편 방향을 검토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기 전력 공기업의 새로운 역할'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발전5사 통합 논의는 한전의 재무 악화와 전력산업 전반의 비효율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맞물려 있다. 동일한 발전 기능을 수행하는 자회사가 분산 운영되면서 연료 구매, 설비 투자, 인력 운영 등에서 중복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발전사 간 연료 공동구매가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설비 투자 역시 개별적으로 추진되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통합이 이뤄질 경우 연료 조달 단가를 낮추고 중복 투자를 줄이는 등 구조적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전 포트폴리오를 보다 유연하게 재편할 수 있다는 점도 통합의 장점으로 꼽힌다. 석탄·LNG·신재생 등 발전원 간 조정이 용이해지면서 전력시장 대응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향성은 최근 국회와 학계에서도 공론화되고 있다. 국회 토론회에서는 발전사 통합이 연료 공동구매 확대와 투자 효율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반면, 공공성 약화와 지역경제 위축 가능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 통합보다 기능 재편이나 단계적 통합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발전사 통합 방식과 관련해서는 단일 공기업 체제로의 일원화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발전원을 기준으로 회사를 나누는 복수 통합안도 거론되지만, 에너지 전환 과정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인 효율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영상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발전공기업 통합 정책 토론회'에서 "2사 통합안은 현재 시점의 화력발전량을 기준으로 보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화력발전 비중이 줄어드는 구조에서는 두 회사 모두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통합 이후에도 중복 투자나 조정 비용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단일 발전공기업으로 통합한 뒤 석탄과 LNG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식이 구조개편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에너지 전환 속도를 반영해 조직 규모를 점진적으로 재편하는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통합이 단순한 효율성 논리로만 추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발전 자회사들이 전국 각지에 분산돼 있는 만큼, 통합 과정에서 본사 기능이 축소되거나 이전될 경우 해당 지역의 세수 감소와 경제 위축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기업 이전 이후 지역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발전사 기능이 축소될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고용 문제 역시 핵심 변수다. 발전사 통합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있지만, 조직 통합 과정에서 직무 재배치와 인력 효율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노조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공공기관 구조개편이 고용 안정성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책 추진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 설계 측면에서도 선택지는 단일하지 않다. 단순히 5개 발전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 외에도 일부 기능만 통합하거나, 발전원별로 재편하는 복수 통합 시나리오, 또는 발전과 투자 기능을 분리하는 기능 이원화 방안 등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각각의 방식에 따라 비용 절감 효과와 정책 파급력이 달라지는 만큼 정부의 최종 선택이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결국 이번 통합 논의는 효율성 제고와 공공성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문제로 압축된다. 한전 재무구조 개선과 전력산업 효율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구조개편이 불가피하지만, 지역경제와 고용 안정성이라는 변수 역시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발전 공기업의 역할 재정립이 요구되는 만큼, 이번 논의는 단순 조직 개편을 넘어 전력산업 전반의 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추진 방식에 따라 파급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연료 공동구매나 투자 효율화 측면에서는 통합의 필요성이 있지만 조직 통합 과정에서 지역 기반이 약화되거나 의사결정이 경직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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